듀안 핸슨(Duane Hanson)과 론 뮤엑(Ron Mueck)의 하이퍼리얼리즘 비교연구

제1호 《아트홀릭》수록. 2010년 9월 발행
 
 
박정연 1
 
1. 머리말
2. 듀안 핸슨의 작품세계

    1) 사회, 정치적 비판의 표현
    2) 일상적인 풍경의 표현

3. 론 뮤엑의 작품세계

    1) 죽음과 탄생의 표현
    2) 비현실을 통한 현실의 내면 표현

4. 듀안 핸슨과 론 뮤엑의 작품세계 비교 연구

    1) 시뮬라르크를 통한 리얼리티의 구현
    2) 사회적 현상과 인간의 내면 표현

5. 맺음말
 
 

1. 머리말

 

  21세기에 들어서 나타나고 있는 하이퍼리얼리즘(Hyperrealism)은 주관적인 감정을 배제한 상태에서 현실의 일상적인 면을 냉정하고 정확하게 표현하고 것이다. 1960년대 후반 미국에서 시작된 하이퍼리얼리즘 조각은 당시 팝아트(Pop art)가 일상적인 면을 감각적으로 묘사한 것과는 다르게, 극도로 감정을 절제한 상태에서 일상을 냉정하고 정확하게 표현하였다.

  하이퍼리얼리즘 작가인 듀안 핸슨(Duane Hanson)은 사진에서 보여지는 미국사회의 한 단면을 섬세하고 사실적으로 묘사하면서, 당시 무분별하게 자행되던 비도덕적이고 처참한 현실들을 표현하였다. 그는 초기 작품들에서 사회비판적인 작품들을 선보였으며, 이 후에는 미국 소비사회의 단면들을 보여주는 작품들을 선보였다. 이는 20세기 후반의 전통적인 포토리얼리즘(Photo-realism)회화와는 대조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하이퍼리얼리즘 작가들이 실제보다 더 사실적이고 섬세한 작업을 하는 반면 포토리얼리즘 작가들은 더 설명적이고, 감정적인 작업을 한다는 것이 다르다. 2

  21세기로 진입하면서 현대사회는 점점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짙어지고, 사회적인 갈등 보다는 내면적인 갈등을 더 중시하게 되면서, 21세기의 하이퍼리얼리즘은 사회적인 현상보다 인간 내면의 표현에 더 중점을 두게 된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영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론 뮤엑(Ron Mueck)과 같은 작가들은 사회적인 현상을 고발하기 보다는 현대인의 내면적인 갈등에 초점을 맞추어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2. 듀안 핸슨의 작품 세계

 

  듀안 핸슨(Duane Hanson, 1925-1996)은 미국 미네소타주의 알렉산드리아(Alexandria)에서 태어났다. 루터대학과 워싱턴대학교를 다닌 뒤, 1946년에 매켈레스터대학(Macelaster College)을 졸업하였다. 그 후 고등학교에서 미술을 가르치며, 1951년 블룸필드힐스(Bloomfield Hills)의 크랜브룩미술학교(Cranbrook Academy of Art)에서 순수미술석사를 취득하였다.

  듀안 핸슨은 1966년부터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전개하였으며, 실물주형에 기초하여 작품을 제작하였다. 주형을 만든 후 여기에 폴리에스터 레진(Polyester resin) 3으로 이루어진 섬유 유리를 씌웠으며, 실제와 똑같이 채색하였다. 또한 작품에 실제 옷과 가방을 입혀, 거의 실제와 비슷한 인물을 만들어냈다. 듀안 핸슨은 그의 작품이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실제와 비슷하기를 원했고, 실제로 관람객들은 그림 앞에 놓여져 있는 조각을 실제 사람으로 착각하기도 하였다.

  그는 크게 두 가지의 방향에서 작업을 진행하였다. 당시 미국사회의 사회, 정치적인 비판을 위한 작품과 소비문화가 발달하면서 급격히 변화한 미국의 일상생활을 표현하였다. 아래에서는 그 내용적 특징에 관하여 기술해보고자 한다.

 

1) 사회, 정치적 비판의 표현

 

  1966년부터 듀안핸슨은 섬유 유리(fiberglass)와 비닐을 이용하여 사람모형을 만들기 시작하였다. 사진의 스틸컷처럼 정지되어있는 사회의 한 단면을 섬세하고 사실적으로 묘사하면서, 당시 무분별하게 자행되던 비도덕적이고 처참한 현실들을 표현하였다.

  마이애미에서 무자격 쿠바 출신 의사에게 불법 낙태 시술을 받다가 숨진 젊은 여성들에 대한 신문보도를 읽고 “나는 왜 우리 사회가 그들에게 그런 불법수술의 위험스런 상황으로 몰고 갔는지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 대중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는 무슨일인가 하지 않으면 안되었다”라고 했으며, 이에 1966년「낙태(Abortion)」라는 첫 작품을 선보였다.

  이 작품은 임신을 한 여인의 시체가 탁자위에 누워있고, 지저분한 흰색 시트로 덮혀있는 상황을 나타내고 있다. 이 작품이 발표되었을 당시 미술계에서 큰 파문을 불러 일으켰으며, 당시 마이애미 해럴드(Miami Herald) 신문의 도리스 르노(Doris Reno)는 이렇게 혹평했다.

이 작품을 우리는 예술이라 부를 수 없다. 모든 대상과 처리가 예술의 범주 밖에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보기에는 주제도 못마땅하고, 단순히 가공되지 않은 경험을 표현하려고 시도하는 그러한 작품이라면 차라리 다른 것으로 했더라면 하는 바램이 든다. 이것은 물론 조각에서는 처음으로 나타난 것이며, 그렇다 하더라도 그것이 예술이 아니라는 우리의 주장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4

「낙태(Abortion)」가 마이애미(Miami)에서 처음 대중에게 선을 보인 후, 그는 많은 관심과 비판을 동시에 받았고, 그로인해 사우스플로리다(South Florida)에서 유명인사가 되었다. 그는 작품을 더 크게 만들었다면 사회에 더 큰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으나, 결국 실제 크기로 제작하였다. 1967년부터 그는 인체를 직접 캐스팅(Casting)하여, 조각 작품에 필요한 주형틀을 제작하기 시작하였고, 이것은 그가 작업을 하는 기본적인 방법이 되었다. 5

  「경찰과 폭동(Policeman and Rioter)」은 당시 미국사회를 대변해주는 대표적인 작품 중 하나이다. 1960년대 마틴 루터 킹 목사(Martin Luther King, 1929-1968) 를 중심으로 곳곳에서 일어나던 흑인들의 저항운동이 일어났다. 비폭력 시위임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폭력적인 방법으로 이를 제지하였다. 수 백 명의 시위자를 폭력적인 방식으로 체포하고, 경찰견, 최루탄, 전기봉, 소방호스 등을 사용한 잔인한 방식으로 해산시켰던 것이다.

  1965년 여름 로스앤젤레스의 왓츠(Watts)지역에서 심각한 인종 폭동이 발생했는데, 백인경찰이 교통 위반자를 체포하던 중 저항하던 흑인 구경꾼을 곤봉으로 구타했다. 이 사건은 당시의 저항운동에 기폭제가 되어 일주일간 긴 폭력사태가 촉발되었다. 6

  「경찰과 폭동(Policeman and Rioter)」은 당시의 상황을 사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바닥에 쓰러져있는 흑인은 힘없이 쓰러져있고, 백인 경찰이 든 곤봉은 비도덕적이며 위협적으로 보인다. 바닥에 어지럽게 떨어져있는 종이 조각은 상황을 더 비참하게 보이게 하고 있다. 마른 체구의 흑인남성에 비하여, 백인 경찰은 두둑한 배와 잘 차려입은 제복을 입고 있어, 상황은 더욱 더 비윤리적으로 보이고 있다.

  이 작품은 1990년에 제작된 「경비관(Security Guard)」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비관(Security Guard)」이 당시 미국사회의 다양한 직업 중 하나를 일상적이고 평범한 시각으로 보여주고 있는 반면, 「경찰과 폭동(Policeman and Rioter)」은 당시 상황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묘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967년도에 제작된「사고(Accident)」는 오토바이 사고현장을 재현해내고 있다. 20대의 젊은 사람이 오토바이사고로 처참하게 쓰러져있는 모습을 묘사한 이 작품은, 바닥에 굴러 더러워진 옷가지와 입에서 흐르는 피, 바닥에 넘어진 오토바이 등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듀안 핸슨은 죽음에 대해 많은 작품들을 발표했는데, 표현 방식에 있어서 원인에 대한 설명없이 정황만을 묘사하고 있다. 그러나 그 장면은 익숙한 것이어서, 관객은 자연스럽게 그 죽음에 공감하게 된다.

  1968년 그는「암흑가의 희생자(Gangland Victim)」으로 플로리다 주 박람회 공로상(Florida State Fair Award of Merit)을 수상하였다. 당시 박람회 심사위원은 조지 시걸(George Segal, 1924-2000)로, 그 역시 사실주의 작품을 한 사람으로 듀안 핸슨은 조지 시걸의 영향을 많이 받았지만, 그보다 더 사실적인 조각을 했다.

  그는 가능한 한 실제처럼 보이기 위해 노력하였고, 이는 폴리에스터 레진(Polyester resin)과 섬유유리(Fiberglass)를 사용함으로써 가능하게 되었다. 그는 이러한 재료를 처음 사용한 작가 중 한명이다. 7

  「암흑가의 희생자(Gangland Victim)」는 진흙투성이의 사람의 모습으로 두 팔은 잘려있으며, 다리는 한쪽밖에 없다. 밧줄과 쇠사슬로 몸을 휘감고 있으며, 쇠사슬 끝에는 커다란 돌덩이가 메어져있다.

 

2) 일상적 풍경의 표현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듀안 핸슨은 사회, 정치적인 주제에서 벗어나 미국의 중․ 하류 계층의 일상적인 삶을 주제로 작업하기 시작한다. 1970년에 제작된「슈퍼마켓 쇼핑객(Supper market Shopper)」과 「관광객(Tourist)」은 그 시기의 대표적인 작품 중 하나로 당시 미국사회의 소비문화의 일면을 묘사하고 있다.

「슈퍼마켓 쇼핑객(Supermarket Shopper)」의 여성은 입에 담배를 물고, 인스턴트 식품이 가득 든 쇼핑카트를 끌고 있다. 살찐 복부와 짧은 머리, 진한 화장의 이 여자는 1970년대 미국 소비문화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1973년에 제작된「젊은 쇼핑객(Young shopper)」의 경우, 양 손에 잔뜩 든 쇼핑백들은 당시 무분별한 소비문화를 엿볼 수 있게 한다.

  1988년 제작된「여행자(Traveller)」에서의 남자는 화려한 셔츠를 입고, 피곤한 듯 한 얼굴로 짐에 기대어 앉아있다. 풀어진 셔츠 사이로 보이는 늘어진 배는, 「슈퍼마켓 쇼핑객(Supper market Shopper)」처럼 건강해보이지 않는다. 화려한 하와이안 셔츠를 입은 그는 모자를 아무렇게나 눌러쓰고 커다란 짐들 사이에 앉아 졸고 있다. 그의 여행은 무목적적이며, 그저 피곤한 일상의 연장선처럼 보인다.

듀안 핸슨 「슈퍼마켓 쇼핑객(Supermarket shopper)」 1970. 혼합매체

듀안 핸슨 「슈퍼마켓 쇼핑객(Supermarket shopper)」 1970. 혼합매체

  이러한 모습은 다른 작품인 「관광객들 II(Tourists II)」에서도 보이고 있다. 노부부처럼 보이는 이들은 각자 카메라를 목에 걸고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다. 그들의 여행은 여행을 간다는 그 자체로 목적을 완성한 것처럼 보인다. 그들의 목에 걸린 카메라는 당시 미국사회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여행은 새로운 세계를 관광하기 위한 목적이었으며, 이는 다른 이에게 보이기 위해 무언가로 남겨져야했다. 따라서 카메라는 여행에 있어서 필수적인 요소였던 것이다.

  듀안 핸슨은 노동자들에게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을 묘사하였다. 그 중 「벼룩시장에서 작품을 파는 여인(Flea Market Vendor), 1990」은 벼룩시장에서 물건을 파는 여인을 묘사한 것이다.

  싸구려 제품을 50%나 할인 판매하는 뚱뚱한 여인이 입은 낡은 셔츠에는 “나는 큰 거래를 한다”라는 글이 적혀있으며, 종이 박스에는 예술품을 50%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한다고 적혀있다. 어지럽게 널려있는 물건들과 심드렁하게 잡지를 보고 있는 이 여인은 판매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잡다한 물건들과 함께 섞여있는 그림들은 당시 무분별하게 판매되고 있는 예술품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는 육체노동자를 통해 당시 미국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실체를 보았다.

  1988년 제작된「페인트공(House Painter)」은 그의 생각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다. 군데군데 더러움이 묻은 하얀 작업복을 입은 그는 옷 여기저기에 페인트가 묻어있으며, 페인트 붓을 들고 서있다. 그의 얼굴표정은 무표정하지만, 얼굴의 주름에는 노동의 시간들이 배어 있으며, 검게 그을린 피부는 고된 노동을 짐작케 한다. 같은 시기에 제작된「청소부II(Queenie II)」에서 뚱뚱한 여인은 청소도구가 가득 든 통 앞에 서있다. 무표정한 얼굴이지만, 고된 삶보다는 당시 미국사회의 일면을 느낄 수 있다.

  1971년에 제작한 「앉아있는 예술가(Seated Artist)」는 의자에 거꾸로 앉아있는 예술가를 표현한 것이다. 물감이 잔뜩 묻은 바지와 신발을 신고 있는 그는 생각에 잠겨있으며, 그의 손에는 듀안 핸슨의 전시 카탈로그가 쥐어져있다.

  넬스앳킨스미술관(William Rockhill Nelson Gallery of Art and Mary Atkins Museum of Fine Arts, 미국)에 전시되어있던 이 작품은 전시 당시 다른 작가의 그림 앞에 놓여져 있었다. 관객들은 진짜 사람인 줄 착각하고 무심히 지나쳤다가, 그이러한 모습은 다른 작품인 「관광객들 II(Tourists II)」에서도 보이고 있다. 노부부처럼 보이는 이들은 각자 카메라를 목에 걸고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다. 그들의 여행은 여행을 간다는 그 자체로 목적을 완성한 것처럼 보인다. 그들의 목에 걸린 카메라는 당시 미국사회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여행은 새로운 세계를 관광하기 위한 목적이었으며, 이는 다른 이에게 보이기 위해 무언가로 남겨져야했다. 따라서 카메라는 여행에 있어서 필수적인 요소였던 것이다.

  듀안 핸슨은 노동자들에게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을 묘사하였다. 그 중 「벼룩시장에서 작품을 파는 여인(Flea Market Vendor), 1990」은 벼룩시장에서 물건을 파는 여인을 묘사한 것이다.

  싸구려 제품을 50%나 할인 판매하는 뚱뚱한 여인이 입은 낡은 셔츠에는 “나는 큰 거래를 한다”라는 글이 적혀있으며, 종이 박스에는 예술품을 50%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한다고 적혀있다. 어지럽게 널려있는 물건들과 심드렁하게 잡지를 보고 있는 이 여인은 판매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잡다한 물건들과 함께 섞여있는 그림들은 당시 무분별하게 판매되고 있는 예술품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는 육체노동자를 통해 당시 미국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실체를 보았다.

  1988년 제작된「페인트공(House Painter)」은 그의 생각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다. 군데군데 더러움이 묻은 하얀 작업복을 입은 그는 옷 여기저기에 페인트가 묻어있으며, 페인트 붓을 들고 서있다. 그의 얼굴표정은 무표정하지만, 얼굴의 주름에는 노동의 시간들이 배어 있으며, 검게 그을린 피부는 고된 노동을 짐작케 한다. 같은 시기에 제작된「청소부II(Queenie II)」에서 뚱뚱한 여인은 청소도구가 가득 든 통 앞에 서있다. 무표정한 얼굴이지만, 고된 삶보다는 당시 미국사회의 일면을 느낄 수 있다.

  1971년에 제작한 「앉아있는 예술가(Seated Artist)」는 의자에 거꾸로 앉아있는 예술가를 표현한 것이다. 물감이 잔뜩 묻은 바지와 신발을 신고 있는 그는 생각에 잠겨있으며, 그의 손에는 듀안 핸슨의 전시 카탈로그가 쥐어져있다.

  넬스앳킨스미술관(William Rockhill Nelson Gallery of Art and Mary Atkins Museum of Fine Arts, 미국)에 전시되어있던 이 작품은 전시 당시 다른 작가의 그림 앞에 놓여져 있었다. 관객들은 진짜 사람인 줄 착각하고 무심히 지나쳤다가, 그것이 작품인 것을 알고 매우 놀라워했다고 전해진다.

  1978년 제작된「퍼즐놀이를 하는 아이(Child with puzzle)」은 자신의 자녀들을 모델로 해서 제작한 작품이다. 카페트 위에 앉아 퍼즐을 맞추고 있는 이 소녀의 옆에는 강아지가 잠들어 있다. 평화로워 보이는 이 작품에서 당시 미국사회의 가정 모습을 엿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듀안 핸슨의 자식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다.

  그의 마지막 작품은 1995년 제작된「잔디깎기 위의 남자(Man on Mower)」이다. 이 작품은 지친 표정의 뚱뚱한 남성이 얼룩이 묻은 티셔츠를 입고 잔디깎기 기계 위에 앉아있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그는 손에 음료수 캔을 들고 있고, 잠시 작업을 멈춘 채 기계 위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땀에 절은 듯 한 티셔츠가 그의 고된 노동을 짐작하게 한다.

  그는 이 작품이 완성되기 전에 림프관 암으로 사망한다. 이 작품은 듀안 핸슨이 죽고 난 후 그의 오랜 친구이자 예술가인 데이비드 맥스웰(David Maxwell)에 의해 완성되었다.

 

3. 론 뮤엑의 작품세계

 

  론 뮤엑(Ron Mueck, 1958-)은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활동하는 작가이다. 독일인인 그의 부모는 모두 인형제작자였으며, 1979년에서 1983년까지 론 뮤엑은 어린이 텔레비전 프로덕션에서 일했다. 1986년, 그는 미국의 로스앤젤레스(Los Angeles)에서 6개월간 살았으며, 그 후 ‘미궁(Labyrinth)’과 같은 영화를 제작하기 위하여 런던으로 이주하였다.

  1990년에서 1996년 사이 론 뮤엑은 런던에서 그의 프로덕션 회사를 운영하였고 유럽의 광고 산업에 사용되는 모형들을 제작하였다. 이 기간 동안 그는 그의 작품의 주요 물질인 유리섬유와 레진을 사용하기 시작하였다. 8 프로덕션 회사에서 제작된 작품들은 극사실적인 섬세함에도 불구하고, 한쪽 면만 앵글에 잡힘으로써, 다른 면은 가려지기 일쑤였다. 론 뮤엑은 점점 더 모든 면에서 완벽히 보여질 수 있는 실제적인 조각을 만들기를 원하게 되었다.

  이를 계기로 론 뮤엑은 1996년부터 독립적으로 작품을 제작하게 된다. 그의 법적 모친인 파울라 리고(Paula Rego)와 협력하여 헤이워드갤러리(Hayward Gallery)에 그녀를 본 딴 작은 모형들을 만들었다.

  1996년 헤이워드갤러리(Hayward Gallery, 런던)에서 열린 전시 ‘스펠바운드:아트와 영화(Spellbound: Art and Film)’전에서 파울라 리고(Paula Rego)의 커다란 캔버스 앞에 벌거벗은 작은 소년의 조각품이 놓여져 있었다.

  당시 파울라 리고는 그녀의 작품 앞에 론 뮤엑의 작품들을 설치하였으며, 그를 찰스 사치(Charles Saatchi)에게 소개시켜주었다. 찰스 사치는 론 뮤엑에게 깊은 감명을 받아 즉시 작품들을 수집하기 시작하였다.

  그 후 1997년 런던의 로열아카데미(Royal Academy)에서 ‘센세이션 : 사치컬렉션으로부터 온 yBa(Sensation: Young British Artists from the Saatchi Collection)’전에 참여함으로써,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하였다.

 

1) 죽음과 탄생의 표현

 

  론 뮤엑이 1997년 로열아카데미(Royal Academy)에 출품한 「죽은 아버지(Dead Dad)」는 론 뮤엑의 실제 아버지를 2/3정도로 축소한 크기로 만든 작품으로, 실리콘과 혼합재료로 이루어진 조각이었다.

  전시 명은 ‘센세이션 : 사치컬렉션으로부터 온 yBa(Sensation: Young British Artists from the Saatchi Collection)’전으로, 론 뮤엑은 이를 통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당시 전시는 데미언허스트(Damien Hirst)가 상어를 포름알데히드에 담군 작품인「살아있는 누군가의 마음에서 불가능한 물리적인 죽음(The Physical Impossibility Of Death In The Mind Of Someone Living)」을 비롯하여 죽음에 관련된 작품들을 선보였다.

  사진비평가인 제이나 리나(Jana Reena)는 저서 《Death and Photography’s open doors》에서 ‘센세이션 : 사치컬렉션으로부터 온 yBa(Sensation: Young British Artists from the Saatchi Collection)’이 1999년 브루클린뮤지엄(Brooklyn Museum, 미국)에서 재전시했을 때 다시 한번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고 언급하고 있다. 9

  이 작업은 그의 머리카락을 직접 붙여 만든 작업이기도 하며, 창백한 얼굴과 피부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는 작품이다. 그동안 아버지의 죽음을 내면적으로만 받아들여 왔던 관람객에게 론 뮤엑의 사실적인 죽음에 대한 묘사는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1999년 뮤엑은 런던의 내셔널갤러리(National Gallery)에 협력 작가(Associate Artist)로 선정되었고, 그 후 2년 동안 입주작가로 활동하면서,「엄마와 아이(Mother and Child)」「임신한 여자(Pregnant Woman)」「보트에 탄 남자(Man in a Boat)」「갓난아기(Swaddled Baby)」등을 제작하였다. 내셔널 갤러리에서 운영하고 있는 이 프로그램의 명칭은 ‘루스테인 홉킨스 재단 협력 작가 프로그램(The Rootstein Hopkins Foundation Associate Artist Scheme)’으로 1900년대 이전의 컬렉션과 관련 있는 현대작가들을 선정하여, 2년의 기간 동안 작업할 수 있는 스튜디오를 제공해 주는 것이다. 10

  「엄마와 아이(Mother and Child)」에서 엄마는 론 뮤엑의 초기 작업들과 비슷한 크기로 실제보다 작은 크기이지만, 매우 극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내셔널갤러리는 컬렉션에 있어서 어머니와 아이에 관련된 주제의 회화작품을 중점적으로 컬렉션 하고 있다. 특히 르네상스 이후의 회화 작품 중에는 성모마리아와 아기 예수그리스도의 모습을 한 주제가 많다.

  그 중에서도 로베르 캉팽(Robert Campin, 1375-1444) 11의 「실내의 성모와 아기예수(The Virgin and Child in an Interior)」라는 작품은 어머니와 아이의 관계에 대해 흥미로운 방식으로 보여주고 있다. 또한 르네상스 이후, 성녀와 아기 예수그리스도는 매우 비현실적으로 그려져 있다. 성모마리아와 아기예수그리스도가 묘사될 때, 그 둘은 상호 보호적이거나, 종교적 헌신의 표현으로써 유대관계를 맺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12

  2002년 발표한 「임신한 여자(Pregnant Woman)」는 오스트레일리아내셔널갤러리(National Gallery of Australia)에서 80만 호주달러(한화 약 8억 5,500만원)의 상금을 받았다.

  오스트레일리아내셔널갤러리는 ‘토니와 캐럴버그(Tony and Carol Berg)’의 후원으로 이 작품을 구입하였다. 「임신한 여자(Pregnant Woman)」는 현대 어머니상을 표현한 것으로, 다산, 탄생, 여신, 성모마리아와 아기에 관한 도상학, 삶 등과 같은 우주적인 주제에 관련된 것이다. 13

  작품 속에서 여자는 지쳐 보인다. 손은 그녀의 머리 뒤로 올리고 있으며, 얼굴은 부드럽고 연약해 보인다. 그녀의 존재는 실로 힘 있어 보이지만, 여성의 책임에 대한 한계, 모성과 출산 등 많은 생각들을 떠올리게 한다. 14

  「소녀(A Girl)」은 이제 막 태어난 듯 한 태아의 모습을 하고 있다. 거대한 크기의 이 작품은 제목을 통해 이 아기가 여자아기라는 것을 알 수 있을 뿐, 얼굴 생김새를 통해서는 그 모습을 짐작 할 수 없다.

  의학기술이 발달하면서, 아기의 탄생과정을 쉽게 접할 수 있는 현대인들에게 양수와 피가 묻은 태아의 모습은 그리 낯설지 않다. 르네상스 시대에 볼 수 있었던 아기예수의 모습과는 확연히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이 역시 「임신한 여자(Pregnant Woman)」와 같은 맥락에서, 성모마리아와 아기에 관한 도상학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2) 비현실을 통한 현실의 내면 표현

 

  1997년에 제작한 「천사(Angel)」라는 작품은 벌거벗은 사람이 한 쌍의 날개를 단채 의자에 앉아있는 형상을 하고 있다. 그는 무언가를 신중히 생각하는 듯 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우울해보이기도 한다. 이 작품은 론 뮤엑의 다른 작품들과는 약간 다르다. 현실 세계에 존재하고 있는 모습을 표현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다른 작품들에서 여전히 론 뮤엑은 가능한 한 세부적으로 실제와 같아보이도록 하는 작업들을 지속하고 있다. 거위털로 제작된 천사의 날개는 설득력 있지만, 만약 천사가 있다면, 그들은 이렇게 생기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15

  1999년부터 2002년까지 내셔널갤러리의 스튜디오에서 작업하면서 그는 「엄마와 아이(Mother and Child」「보트위의 남자(Man in Boat)」「거울 앞에 웅크린 소년(Crouching Boy in Mirror)」등을 제작하였다.

론 뮤엑「소년(Boy)」1999. 혼합매체. 490㎝×490㎝×240㎝

론 뮤엑 「소년(Boy)」 1999. 혼합매체. 490×490×240㎝

  2002년도에 발표한「보트위의 남자(Man in a Boat)」는 벌거벗은 어떤 남성이 보트에 앉아 팔짱을 끼고 어딘가를 심각한 표정으로 응시하고 있는 작품이다. 무언가 어두운 면을 지닌 것을 바라보는 듯한 표정이기도 하고, 명상에 잠긴 듯 한 표정이기도 하다. 즉, 이 작품은 인간의 내면적인 면을 그려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작품 속 남자는 혼자 있지만, 다른 것이 존재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이는 현대사회의 이면을 풍자하고 있는 것이다. 16 그가 화가 났는지, 혼자 생각에 잠겼는지 알지 못하지만, 오히려 설명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관객은 스스로 상상력을 발휘하게 되고, 이는 관객만의 리얼리티(Reality)로 이어질 수 있다.

  2005년도에 제작한「두 여인(Two Women)」실제 크기의 1/3정도로 축소한 작은 크기의 노인들이다. 두 손을 모은 채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는 이 조각은, 작은 크기 덕에 세상과 동떨어진 느낌을 주면서 동시에 관객으로 하여금 관찰자의 입장에 서도록 하고 있다.

리얼리즘은 환상가(Illusionist)라기보다는 실존주의자(Existentialist)이다. 하이퍼리얼리즘이 극사실적인 묘사를 해왔지만 론 뮤엑은 단순히 거의 실제같은 허구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휴머니즘과 자기 주관성을 복구하는 것이다. 17

  실제 크기보다 축소하거나 확대한 그의 작품은 명백히 현실과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오히려 관찰자로 하여금 그 내면을 마주하도록 하고 있다.

  론 뮤엑의 조각은 인간의 신체를 정확하고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지만, 그 크기는 당혹스럽다. 1999년에 제작한 5m 높이의 조각인 「소년(Boy)」는 밀레니엄돔(Millennium Dome)에 설치되었고, 후에 베니스 비엔날레에 전시되었다.

  2001년도에 열린 49회 베니스비엔날레(Venice Biennale)는 1999년에도 베니스비엔날레를 기획한 바 있는 하랄드 제만(Harald Szeemann, 1933-)에 의해 기획되었다. 비엔날레의 제목은 ‘인류의 고원(Plateau of Humankind)’으로 112명의 작가 중 조각가는 11명이었다. 18 1980년대 이후 포스트모더니즘 담론들이 일반화되면서, 설치미술의 급증이 뚜렷한 증후로 나타나게 되었다. 다니엘 번바움(Daniel Birnbaum)도 자신의 글에서 리차드 세라가 구찌(Gucci)에서 후원을 받아 만든 강철조각과 론 뮤엑이 엄청나게 크게 조각한 「소년(Boy)」을 계속해서 보기위해 찾아갔다고 서술하였다. 특히 론뮤엑의 소년의 큰 눈은 관람객을 응시하고 있으며, 그는 이 작품이 특히 놀라웠다고 말하고 있다. 19

  1999년에서 2000년 사이에 제작된 「앉아있는 여인(Seated Woman)」은 한 노인이 앉아서 무언가를 골똘이 생각하는 듯한 표정을 하고 있다. 노인의 눈은 거의 감고 있으며, 진주 목걸이와 가디건, 단정한 구두를 신고 있다.

  그의 축 늘어진 어깨와 모은 두 손은 그가 가진 것이 아닌 나이로 인해 사회에서 소외된 계층임을 보여주고 있다. 20 슬픈 그녀의 표정은「두 여인(Two Women)」(2005)에서 보여지는 노인들의 발랄한 표정과는 대조적이다.

  쓸쓸한 현대인의 내면을 그린 것은 2005년도에 발표한「스푸닝커플(Spooning Couple)」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연인인 듯 한 두 남녀가 서로 포개어져 누워있는 모습을 표현한 이 작품은 함께 있으면서도 고독한 표정을 그려내고 있다. 여자의 축 늘어진 뱃살과 숱이 없는 남자의 머리칼은 어느 정도 나이가 있음을 짐작케 하며, 그들의 눈은 허공을 응시하고 있다.

 

4. 듀안 핸슨과 론 뮤엑의 작품세계 비교연구

 

1) 시뮬라크르를 통한 리얼리티의 구현

 

  장 보드리야르(Jean Boudrillard, 1929-2007)는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대상을 존재하는 것처럼 만들어놓은 인공물을 시뮬라크르(Simulacres) 21라고 일컬었다. 듀안 핸슨과 론 뮤엑이 설득력 있는 허상(Illusion)인 가짜 현실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이들은 시뮬라크르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작품 속에서 관객은 현대 사회의 일면을 보게 된다. 어디선가 있을 법한 상황을 연출함으로써, 관객으로 하여금 그 상황에 몰입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듀안 핸슨은 시뮬라르크를 통한 리얼리티의 구현을 위해서, 실제 사람을 본떠 작품을 제작하였다. 그 후 레진으로 이루어진 섬유유리를 씌웠으며, 이는 실제와 똑같이 채색되었다. 또한 여기에 실제 옷과 가방을 입혀, 거의 실제와 비슷한 인물을 만들어냈다. 그는 그의 작품이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실제와 비슷하기를 원했고, 실제로 관람객들은 그림 앞에 놓여져 있는 조각을 실제 사람으로 착각하기도 하였다.

  「슈퍼마켓 쇼핑객(Supper market Shopper)」과 「관광객(Tourist)」등과 같은 작품은 당시 미국사회의 소비문화의 일면을 묘사하고 있다. 이들 작품은 실제로 존재하는 현실을 토대로 재현한 것은 아니지만, 당시 어디에서나 일어났을 법한 일들을 표현해내고 있다. 또한 실제와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비슷한 크기로 제작함으로써, 그의 시뮬라크르는 현실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설득력을 얻고 있다.

  론 뮤엑 역시 섬유 유리를 사용하였으며, 이에 실리콘을 사용하여 실제 피부와 같은 느낌을 구현하였지만, 그는 실제와는 다르게 축소하거나 확대함으로써, 그 크기에는 차이를 두었다. 2001년 베니스비엔날레에 출품된 「소년(Boy)」의 경우, 높이가 4m 70㎝ 정도로 압도적인 크기였고, 「두 여인(Two women)」의 경우, 실제 인체의 1/3정도 되는 크기로 축소하였다.

  작은 크기의 작품은 관객으로 하여금 관찰자의 시선으로 변모하게 하고, 큰 크기의 작품은 관객이 오히려 관찰당하는 듯 한 느낌을 준다. 이러한 시뮬라크르는 현실을 냉정하게 보여준다기보다, 타인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듀안 핸슨이 가짜 현실을 실제로 착각함으로써, 더 현실적인 충격을 주기를 원했던 반면, 론 뮤엑은 실제와는 다른 허구를 통해 관객이 관찰자의 시점으로써 현실을 바라보기를 원했다고 할 수 있다.

 

2) 사회적 현상과 인간의 내면

 

  1970년대 초 처음으로 자궁에서 자라고 있는 태아의 사진과 달 위를 걸은 최초의 사람 발자국을 보았고, 텔레비전으로 워터게이트 청문회를 시청했다. 뒤이어 컬러 폴라로이드 카메라, 인스터매틱(Instamatic)카메라, 포르타팩 비디오 카메라, 인텔 마이크로프로세서, CT촬영 장치, 케이블 TV가 생겨났다.

  테크놀로지는 시각세계를 넓히면서 우리 모두를 이미지 제작자로 바꿔놓았다. 1970년대의 다원주의는 낡은 위계질서를 쇄신했을 뿐 아니라 새로운 미술 형식의 발명을 독려했다. 앞서 보았듯이 사진은 개념미술의 주요소로 사용되었으며, 어스워크나 퍼포먼스 작품들을 기록하면서 미술에서 새로운 역할을 하고 있었다.

  듀안 핸슨은「낙태(Abortion)」와 「경찰과 폭동(Policeman and Rioter)」, 「암흑가의 희생자(Gangland Victim)」은 당시 미국사회를 대변해주는 대표적인 작품 중 하나이다. 듀안 핸슨은 당시 신문 보도에서 접할 수 있는 사회적 이슈들을 주제로 작품을 제작하였으며, 마치 사진의 스틸컷과 비슷한 느낌의 작품은 관객으로 하여금 그 현장에 있는 듯 한 충격을 주었다. 뿐만 아니라 「슈퍼마켓 쇼핑객(Supper market Shopper)」과 「관광객(Tourist)」과 같이 당시 미국사회에 팽배하고 있던 소비문화를 여실히 보여줌으로써, 시대적 리얼리티를 반영하였다.

  1988년에 제작된「페인트공(House Painter)」과「청소부 II(Queenie II)」와 같은 노동자를 주제로 한 작품의 경우, 미국의 중․하층계급의 삶을 담담히 표현해냄으로써 그들의 애처로운 삶을 보여주고 있다. 듀안 핸슨이 사회, 정치적인 면과 당시 미국사회의 표면을 솔직하고 사실적으로 묘사반면, 론 뮤엑은 현대인의 내면적인 면을 표현하였다. 「보트에 탄 남자(Man in a Boat)」「소년(Boy)」등은 모두 어딘가를 응시하거나 명상에 잠긴 듯 한 표정을 하고 있을 뿐, 조각을 통해 그들의 사회적 위치나 상황을 짐작하기는 어렵다. 이는 듀안 핸슨과는 다르게, 론 뮤엑의 작품이 대부분 나체인 것도 한 이유겠지만, 그 조각들이 어떠한 사회적인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하거나 응시하는 등 내면적인 행동을 하기 때문이다.

  론 뮤엑은 이러한 점에서 인간의 죽음과 탄생에 대한 작품을 다수 제작하였다. 특히 어머니와 아기에 관한 작품들이 많은데, 「임신한 여자(Pregnant Woman)」「소녀(A Girl)」「엄마와 아이(Mother and Child)」의 경우 르네상스 시대 등 그간의 미술사에서 쉽게 접할 수 있었던 어머니와 아이의 모습이 아니다. 이는 성모마리아와 아기에 관한 도상학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엄마와 아이(Mother and Child)」는 내셔널 갤러리에서 입주작가로 활동할 당시 제작한 것으로 이 프로그램의 명칭은 ‘루스테인 홉킨스 재단 협력 작가 프로그램(The Rootstein Hopkins Foundation Associate Artist Scheme)’이다. 이 프로그램은 1900년대 이전의 컬렉션과 관련 있는 현대작가들을 선정하여 지원하는 것으로, 론 뮤엑은 1900년대 이전의 성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작품을 제작하였다.

 

5. 맺음말

 

  하이퍼리얼리즘(Hyperrealism)은 인체와 풍경 등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그림이나 조각을 일컫는 용어로, 1960년대 후반 이후 미국과 유럽에서 처음 시작된 예술양식이다. 하이퍼리얼리즘이라는 용어는 1973년 포토리얼리즘(Photorealism)을 프랑스의 이지 브라쇼(Isy Brachot)가 만들어내었다. 이는 벨기에 브뤼셀(Brussels)의 그의 갤러리 전시에서 전시제목으로 사용되었다. 이 전시는 랄프 고잉스(Ralph Goings), 척클로즈(Chuck Close), 돈에디(Don Eddy), 로버트배틀(Robert Bechtle), 리처드맥린( Richard McLean)이었다. 또한 유럽의 그놀리(Gnoli), 리히터(Richter), 클라펙(Klapheck), 델콜(delcol)도 있었다.

  그레이엄 톰슨(Graham Thompson)은 “1960년대 말과 1970년대 초에 사진 기법이 미술계에 받아들여지면서, 포토리얼리즘 회화 생성되기 시작하였다. 이는 슈퍼리얼리즘(super-realism) 혹은 하이퍼리얼리즘(hyper-realism)으로 불리우며, 리처드 에스테스(Richard Estes), 데니스 피터슨(Denis Peterson), 오드리 플랙(Audrey Flack), 척 클로즈(Chuck Close)등은 사진 스틸컷으로부터 사진처럼 보이는 회화작품을 만들어낸다” 22고 그의 저서에서 밝히고 있다. 즉, 하이퍼리얼리즘이라는 양식이 사회 현상과 문화 등을 사진과 같이 정지된 화면을 통해 접하게 되는 현대사회의 흐름에서 생성되게 되었다는 것이다. 비단 회화에서 뿐만 아니라 21세기에 진입하면서, 디지털 기기의 발전과 일상의 변화 등은 하이퍼리얼리즘 조각에서도 변화를 가져왔다.

  하이퍼리얼리즘이 처음 나타나기 시작한 1960년대에 활동한 듀안 핸슨은 당시 사회현상에 부합하는 작품들을 제작하였다. 듀안 핸슨은 그의 결과물들에 대해 매우 방어적인 태도를 취했으며, 초기의 작품들이 그의 작품들을 대표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많은 작품을 파괴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성향은 제임스A.미체너미술관(The James A. Michener Art Museum, 미국)에서 전시하면서, 함께 발표된 그의 작업노트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1981년 11월 26일에 쓴 그 노트에서 그는 자신의 성숙된 예술관과 관련된 철학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나는 대체로 물질로써, 혹은 조각을 위한 표현의 수단으로써의 인류에 관심이 있다. 인간보다 더 흥미롭고, 매력적이고, 아름답고, 추하며, 즐겁고, 충격적인 것 혹은 경멸스러운 것을 만들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조각하는 것에 쓰고 있다. 만족할 때까지 캐스팅, 수리, 조합, 페인팅하고 고친다. 그러나 나는 거의 만족하지 못한다. 23

  이 노트를 통해 그가 사실적인 작품을 제작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 알 수 있다. 또한 그는 사실적인 작품이란 작품의 외형 뿐 만 아니라 그것이 사회의 모습을 진실하게 담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이를 통해 사회, 비판적인 작품 뿐 만 아니라 당시 미국사회를 여실히 보여주는 작품들도 제작하였다.

  듀안 핸슨과는 달리 론 뮤엑은 실제의 모습을 그대로 담기보다 현대사회의 내면적인 면을 부각시키는 작업을 보여주고 있다. 21세기로 진입하면서 현대사회는 점점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짙어지고, 사회적인 갈등 보다는 내면적인 갈등을 더 중시하고 있다. 이에 21세기에 활동하고 있는 론 뮤엑은 사회 현상을 고발하기 보다는 현대인의 내면적인 갈등에 초점을 맞추어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이퍼리얼리즘이라는 양식은 사회 현상과 문화 등을 사진과 같이 정지된 화면을 통해 접하게 되는 현대사회의 흐름에서 생성되게 되었고, 따라서 사회 현상과 문화를 표현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따라서 듀안 핸슨이 보여주었던 사회의 외형적인 모습과 론 뮤엑의 작품에서 보여지는 인간의 내면적인 모습은 그들 자신의 작품세계 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흐름도 관련이 있는 것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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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 마크로스코 《예술가의 리얼리티》 다빈치. 2007
ㆍ 앨런 브링클리 《있는 그대로의 미국사》 황혜성 외 역, 휴머니스트. 2005
ㆍ 리사필립스 외. 송미숙 역.《The American century : 현대미술과 문화 1950-2000》지안출판사. 2008
ㆍ Susanna Greeves , Colin Wiggins. Ron Mueck. National Gallery Co. 2003
ㆍ Heiner Bastain. Ron Mueck. Hatje Cantz,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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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 Chase, Linda. Photorealism at the Millennium. Harry N. Abrams, Inc. 2002
ㆍThompson, Graham. American Culture in the 1980s. Edinburgh University Press. 2007
ㆍ Christine Giles. Duane Hanson-Virtual Reality:”Do you know the Time?” A biography. Palm Spring Desert Museum, 1989
ㆍ Judith Collins. Sculpture today. Phaidon Press. 2007
ㆍ Laurence Pamer. Duane Hanson’s Archetypes of Humanity. Museum of Art, Fort Lauderdale. 1997
ㆍ Brian Kennedy, Ron Mueck : the making of Pregnant woman 2002. National Gallery of Australia
ㆍ Neal Brown〈Duane Hanson〉《Frieze》 1997. 7-8월호
ㆍ 김유미 〈전시기획과 현대미술 담론의 상관성 연구 : 하랄드 제만의 49회 베니스 비엔날레 ‘인류의 고원’전을 중심으로〉홍익대대학원.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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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s:

  1. 경희대학교 일반대학원 미술학과 미술평론·경영 5기. 2010년 8월 졸업
  2. Chase, Linda. Photorealism at the Millennium.. pp.14-15. Harry N. Abrams, Inc. 2002
  3. 유기화합물 및 그 유도체로 이루어진 비결정성 고체 또는 반고체로, 천연수지와 합성수지(플라스틱)로 구분되는데, 후자는 석유정제시에 생성되는 것과 순수한 단량체를 중합하여 생성되는 것으로 다시 나뉜다.
  4. Christine Giles. Duane Hanson-Virtual Reality. p.49. Palm Spring Desert Museum. 1989
  5. Laurence Pamer. Duane Hanson’s Archetypes of Humanity. Museum of Art Fort Lauderdale. 1997
  6. 앨런 브링클리, 황혜성 외 역《있는 그대로의 미국사》 pp.329-398. 휴머니스트. 2005
  7. Judith Collins. Sculpture today. p.35. Phaidon Press. 2007
  8. Heiner Bastian. Ron Mueck.. p.85. Hatje Cantz. 2005. Germany
  9. Julia St.George. Visual codes of secrecy : photography of death and projective identification. University of Wollongon, Creative arts, Doctor of philosophy. 2005
  10. 내셔널갤러리(National Gallery, 런던) http://www.nationalgallery.org.uk/
  11. 로베르 캄팽(Robert Campin, 1375-1444). 반 얀 에이크(Jan Van Eyck, 1395-1441)의 유화기법과 고딕양식이 결합된 독특한 후기 고딕양식을 이루어냈다. 벨기에의 트루나이(Tournai)에서 활동하며, 섬세한 필체로 플랑드르의 ‘마스터(Master)’라고 불렸다.
  12. Susanna Greeves, Colin Wiggins. Ron Mueck. p.23. National Gallery Co. 2003
  13. 오스트레일리아내셔널갤러리. http://nga.gov.au
  14. 브라이언 케네디(Brian Kennedy), 오스트레일리아내셔널갤러리 디렉터, ‘Ron Mueck : the making of Pregnant woman 2002’ 전시 서문. http://nga.gov.au/mueck/acquire.cfm
  15. usanna Greeves, Colin Wiggins. Ron Mueck. p.19. National Gallery Co. 2003
  16. Heiner Bastain. Ron Mueck. p.54 Hatje Cantz. 2005. Germany
  17. Heiner Bastain. Ron Mueck. p.38 Hatje Cantz. 2005. Germany
  18. 김유미 〈전시기획과 현대미술 담론의 상관성 연구 :하랄드 제만의 49회 베니스 비엔날레 <인류의 고원>전을 중심으로〉p.32. 홍익대 대학원. 2008
  19. Daniel Birnbaum, ‘More is less’ p.157 Groands of Venice, Artforum, vol.40. 2001 김유미 〈전시기획과 현대미술 담론의 상관성 연구 :하랄드 제만의 49회 베니스 비엔날레 <인류의 고원>전을 중심으로〉재인용
  20. Susanna Greeves, Colin Wiggins. Ron Mueck. p.64. National Gallery Co. 2003
  21. 장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 1920-2007)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현실을 일컫는 용어로 시뮬라시옹(Simulation)을 일걸었으며,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대상을 존재하는 것처럼 만들어놓은 인공물을 지칭하는 용어로 시뮬라크르(Simulacres)를 일컬었다. 결국 시뮬라크르는 실제보다 더 실제적인 것이며, 이 시뮬라크르는 아울러 어떤 기왕의 실제 존재하고 있는 것 하고는 아무 상관계도 없다. 독자적인 하나의 현실이라 할 것이다. Jean Baudrillard. 하태환 역 《시뮬라시옹》 pp.10-11. 민음사. 2001
  22. Thompson, Graham. American Culture in the 1980s. p.78 Edinburgh University Press. 2007
  23. Bruce Katsiff. Duane Hanson : Real Life. James A. Michener Art Museum. 2007. http://www.michenerartmuseum.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