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미국 미니멀리즘에 나타난 모듈의 반복적 요소 및 특징

제9호 《Art Pavilion》수록. 2018년 10월 발행
 
김수인 1
 
1. 머리말
2. 1960년대 미국 미니멀리즘과 모듈
3. 1960년대 미국 미니멀리즘에 나타난 모듈의 반복적 요소

    1) 모듈의 균질화
    2) 모듈의 게슈탈트화
    3) 모듈의 단자화

4. 1960년대 미국 미니멀리즘에 나타난 모듈 방식의 특징
5. 맺음말

 

1. 머리말

 

20세기 이후 현대예술과 문화는 예술가의 아이디어와 개념이 점점 더 본질적인 문제로 확대 심화되었다. 이러한 흐름에서 주목받은 것이 미니멀리즘(Minimalism)이다. 한국 현대미술분야에서도 미니멀리즘은 점차 그 영향력이 강화되고 확산되어왔다. 미니멀리즘에서 ‘미니멀’은 최소한의 기본요소를 사용해 주제나 문제의 본질을 가장 잘 표현하는 방식을 뜻한다. 본 연구에서 미니멀리즘은 1960년대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뉴욕을 중심으로 활발히 진행된 회화와 입체 작품 등에 나타난 특정한 예술 사조를 의미한다.

미니멀리즘에서 가장 기본적이 방식이 모듈(Module) 2을 통한 사고와 표현이므로 모듈 방식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는 매우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본 연구는 1960년대 미국 미니멀리즘에 나타난 모듈 방식의 특징을 작품 내부 구성 측면에서 분석하고자 하였다. 용어 사용에 있어서 ‘모듈’은 ‘동일 단위’ 및 ‘단순한 조각’과 같은 표현 요소를 모두 포함하였다.

조형원리로서 미니멀리즘의 모듈 방식 연구는 1960년대 이후 20세기 현대미술사의 복잡한 문맥을 파악하는데 중요한 의의가 있다. 1960년대 미국의 미술은 변화무쌍하고 복잡했던 정치 상황처럼 다양하고 역동적이었다. 당시 미니멀리즘은 모더니즘의 연장선에서 바라보거나 혹은 극단적인 탈모더니즘, 그리고 후기 모더니즘적 성격에서 바라보는 등 이론적 논쟁의 중심에 있었다. 미술의 사물성을 중요시하며 미니멀리즘은 모더니즘의 몰락을 야기했지만 작품 제작 형식에 산업적, 인공적 소재를 선택하고 마치 기계를 조립하고 만드는 것과 같은 방식을 도입한 것은 모더니즘의 새로운 수용과 맞닿아 있기도 했기 때문이다.

연구자는 1960년대 미국 미니멀리즘과 조형원리로서 모듈 방식이란 무엇인지 살펴본 후, 모듈의 반복구성 유형 및 특징에 대해 분석하여 미니멀리즘의 근본을 도출하고 재평가하고자 하였다. 미니멀리즘이 예술을 의도적이고 관념적인 공간에서 탈피시키고 관념론적 비평의 영역에서 벗어나도록 함으로써 미술 영역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것은 마땅히 주목 받아야 할 부분이다.

 

2. 1960년대 미국 미니멀리즘과 모듈

 

1960년대 중반까지의 미국 미술은 추상회화와 모더니즘 회화에 대한 이론적 논의와 관심이 확연히 줄어들고 있었다. 그리고 일상과 대중적인 삶의 수용으로 미술 영역이 확장되었다. 1960년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팝아트는 매체의 확장을 가져왔고 미니멀리즘 작품의 모듈 방식은 비(非)미술적 사물들과의 구분을 거부하면서 끊임없이 양산되기 시작하였다.

베티 파슨스 갤러리(The Betty Parsons Gallery)에서 열렸던 잭슨 폴록(Paul Jackson Pollock, 1912-1956)의 전시 전경. 1950

미니멀리즘은 1950년대 초반 유행했던 액션 페인팅과 같은 추상표현주의에 대한 저항 혹은 연장선으로 미국 작가들에 의해 독자적으로 전개되었다. 따라서 모더니즘에서 포스트모더니즘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특징을 보여준다. 미니멀리즘의 출발은 1959년 뉴욕 현대미술관(MoMA, The Museum of Modern Art)에서 열린 ‘16인의 미국인들(Sixteen Americans)’ 전시회에 프랭크 스텔라(Frank Stella, 1936- )가 출품한 「검은 회화(Black Painting)」로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대부분의 1960년대 미국 미니멀리즘 작가들은 유럽의 기하추상의 영향에서 이미 벗어났음을 주장하였다. 특히 큐비즘에서 시작해 기하추상에 이른 피에트 몬드리안(Piet Mondrian, 1872-1944)의 방식과 유럽에서 주로 볼 수 있는 구성 방식인 균형, 비대칭, 반복을 제외한 변화 등을 거부하였다. 따라서 미니멀리즘 작가들은 의도적으로 동일단위의 반복, 대칭적인 연속배열 등의 구성 방식을 택하였다. 그러므로 미니멀리즘 작품의 조형적 특성을 살펴보면 단순한 입체 형태의 반복에 관한 표현과 그 의미가 다양하게 드러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1960년대 이후 미술사 담론에서 진행되고 있는 미니멀리즘에 관한 논쟁은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 영국의 비평가 리차드 볼하임(Richard Wollheim, 1923-2003)은 미니멀리즘 작가로 평가되고 있는 로버트 모리스(Robert Morris, 1931- )와 도널드 저드(Donald Judd, 1928-1994) 등의 기하학적이고 단순한 육면체 상자로 이루어진 작업에 대해 ‘예술 내용의 최소화와 예술 작업의 최소화’라는 의미를 부여한 바 있다.

그는 미니멀리즘의 최소성과 단순성에 대한 미술사적 바탕 및 근원을 레디메이드(Readymade)를 창시한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 1887-1968)과 검은 그림들을 작업한 애드 라인하르트(Ad Reinhard, 1913-1967)에게서 찾았다. 그리고 예술의 형식이 의도적으로 최소화 되었고, 작가가 작업을 하는 데에 육체적 노력이 거의 드러나지 않는 것에 대해 관객이 느낄 수 있는 반감에 대해 말하였다. 3

이외에도 도널드 저드의 「특수한 사물들」, 로버트 모리스(Robert Morris, 1931- )의 「조각에 관한 노트」, 비평가 마이클 프리드(Michael Fried, 1939- )의 「미술과 사물성」등의 글이 발표되면서 미니멀리즘은 지속적으로 논의되었다.

최소한의 간결한 표현을 추구하는 미니멀리즘은 작품의 중심을 문학적 의미, 심리학적 의미와 같은 내부적인 측면보다는 작품 자체의 외형 그리고 물리적인 배경이나 관객의 반응이라는 외부적인 요소에 두는 경향이 있다. 이로서 미니멀리즘은 예술과 작품이 내포하는 의미를 작가 개인적인 시각에서 부여하기보다 공간과 관객 등 사회적 질서 안에서 순수한 사물 자체로 존재하며 영향을 주고받게 된다.

1960년대 초반 도널드 저드는 작가가 부각시킨 작품의 모듈 구성이 서로 연관되어 놓이게 되는 것이 아니며, 전체적인 형태로 받아들여진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의 3차원 작품의 가장 두드러져야할 점은 물체의 물성에 집중하는 것이라 규정하였다. 또한 그로 인한 물체의 단일성은 1950년대 초반의 회화의 단일성과도 연결된다고 말했다. 그는 조각에서 모방이나 재현, 구성을 배제하면 필연적으로 작품 자체의 사물성이 대두된다는 점을 말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특정한 물체’라는 이름으로 명명된다.

클레멘트 그린버그 역시 예술 매체의 독립성과 순수성을 강조하였다. 그는 회화에서 평면성을 가장 중요한 특징적 가치로 둔다면 작가가 추구하는 객관적인 회화는 그 사물성을 부각시킬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였다. 4

클레멘트 그린버그의 모더니즘 회화 이론은 당시 미국 추상주의 미술가들에게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모더니즘이 궁극적으로 나타내는 순수성과 평면성에 대한 강박적 추구는 오히려 3차원 입체 사물로의 전환을 촉구했다. 완전한 순수성, 평면성 5을 얻고자 했던 작가들의 부담감이 형식적인 측면에서 회화의 평면성을 벗어나도록 한 것이다.

미니멀리즘은 회화와 3차원 조각의 순수한 객관적 요소와 시각적 요소를 강조하기 위해 작가의 행위나 개인적인 요소를 배제하였다. 이러한 작품은 작가의 개인적인 행위가 담기지 않아 익명성과 비인격성을 띠게 된다. 주로 입체작품으로 추상적이고, 기하학적이다. 그리고 특정 형태나 선과 같은 간결하고 단순한 기하학적 요소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등의 모듈 방식을 취하였다.

솔 르윗 「무제」 1971. 에칭. 18×17㎝

이렇듯 ‘반복’ 6구성은 미니멀리즘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조형적인 특징이 되었다. 특히, 솔 르윗(Sol LeWitte, 1928-2007)은 수학적 체계를 이용한 반복을 적극적으로 연구하여 작품에 도입시키기도 하였다. 미니멀리즘에 나타난 모듈은 하나로 존재할 때 일반 사물과 같이, 즉 비(非)예술적 사물로 여겨지게 될 것이다. 하지만 모듈이 반복적으로 나타날 때에는 새로운 미술학적 의미를 갖는다. 따라서 미니멀리즘은 관람자가 형태의 본질을 체험하게끔 유도하고 부분이 아닌 전체를 강조하여 인지시킨다.

이를 위해 원형이나 정육면체 등의 하나의 모듈을 이용하여 같은 규격의 크기 및 단색 사용 등으로 단순함을 강조한다. 대각선으로 벽에 고정시킨 평범한 형광등과 단순한 패턴으로 놓여있는 철판, 목재, 알루미늄, 합판, 또는 강철로 된 육면체와 그 밖에 다양한 기하학적 형태는 1960년대 뉴욕과 로스앤젤레스에서 활동했던 많은 미니멀리즘 작가들의 작품에서 활용되었다. 미니멀리즘 세대의 작가들은 사물의 특성 그 자체를 강조하여 회화와 조각 사이의 모호한 경계를 드나들며 작업하였다.

재료 그대로의 성질을 유지하고 있는 모듈을 이용한 반복구성은 그들 사이에 어떤 계층적인 관계도 형성시키지 않는다. 모듈이 서로 상호작용하거나 그들을 서로 대비시키기 보다는 각각의 모듈이 연속성을 지니면서 단순한 질서 체계를 갖는다.

미니멀리즘의 가장 근본적인 특징 중 하나는 이미지와 조형요소를 최소화한 단순한 기하학적 형태를 사용하였다는 점이다. 바로 이것이 모듈이고 모듈 구성의 특성은 곧 미니멀리즘의 미학적 방향성을 따른다고 볼 수 있다. 1960년대 미니멀리즘에 나타난 모듈 구성에 대한 이해는 미니멀리즘의 근본적인 특징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어떠한 의미도 담지 않는 간결한 모듈의 구성은 미니멀리즘 작품의 표현방식의 근간이 되기 때문이다.

 

3. 1960년대 미국 미니멀리즘에 나타난 모듈의 반복적 요소

 

모듈의 반복구성은 광범위한 의미에서 일종의 조형 양식이라고 볼 수 있다. 여기서 반복의 유형은 대표적으로 일정 크기를 지닌 요소의 반복, 일정한 위치의 반복, 방향성을 지닌 반복 그리고 균일한 형태의 반복이다. 여기에 명암과 색채의 변화를 주어 시각적 다양성이 추가되기도 한다. 7이렇듯 모듈의 반복적 요소가 되는 형태, 위치, 각도, 방향성, 질감, 색채 등의 변화에 따라서 작품의 의도 및 조형적 성격은 판이하게 달라질 수 있다.

반복은 모듈의 조합을 통해 이루어진다. 그리고 균일한 모듈의 반복 구성은 계속해서 개체가 늘어날 수 있음을 암시해준다. 증식의 과정에 있는 것 같은 반복 구성은 1960년대 미국 산업사회의 대량생산 체제에서 추구하는 합리성을 보여주는 시발점이자 결과물로 해석되기도 한다. 모듈은 지속적으로 반복되지만 다양한 조합을 통해 새로운 형태로의 또 다른 모듈로 탄생되어 확장될 수 있다.

미니멀리즘에서 모듈의 구성은 주로 기하학적인 일정 단위가 조합을 달리하면서 집합을 형성하고 그 집합이 반복적으로 이루어진다. 8여기서 ‘반복’은 좁은 의미에서 크기, 형태, 질감, 색채 등 시각 요소들이 같은 모듈의 반복을 말하고, 넓은 의미에서는 전체적인 형태의 유사성이나 색채나 질감의 공통적 특징을 지닌 모듈의 반복을 의미한다. 9

본 논문은 반복구성의 유형 및 변화에 대한 규칙 그리고 부분의 반복과 전체 이미지와의 관계 등의 기준에 따라 유형을 다음과 같이 분류하였다. 가장 기본적으로 일정한 형태가 균일하게 반복하는 모듈의 균질화, 형태의 객관적 특징보다는 관객의 인식에 중점을 둔 모듈의 게슈탈트화, 그리고 규칙성과 통일성은 유지되지만 의도적 변화가 적용되는 모듈의 단자화로 구분하였다.

 

1) 모듈의 균질화

 

균질화란 하나의 구성요소가 전체 화면에 균일하게 분포하여 복합적인 물질을 구성하는 과정을 뜻하는 용어이다. 본 연구에서 균질화는 반복 요소로서의 균질화를 의미한다. 따라서 미니멀리즘에서 나타난 모듈의 반복적 요소에서 균질화는 모듈을 일정한 패턴으로 균일하게 반복적으로 구성하는 것이다.

도널드 저드 「무제」 1966-1968. 120×313×318㎝

균질화는 일정한 요소 즉, 어떠한 이미지의 영향력이 모든 공간에 균등하게 미치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작품의 초점을 특정 공간에 규정시키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모듈의 균질화를 작품 또는 전체 공간에 적용시키면 여백에 따른 가시적인 초점의 형성마저 어려워지므로 더욱 강한 시각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도널드 저드는 자신의 작품에서 나타나는 반복 구성의 특성에 관해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반복에서 나타나는 질서는 합리적이며 내재적인 법칙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 뒤에 또 다른 하나가 뒤따르게 하는(One thing after another)’것이다.” 10

 

도널드 저드의 모듈은 공장에서 찍어 대량 생산되는 제품처럼 동일한 크기와 형태를 지닌다. 따라서 작품 속 모듈 사이의 계층적 관계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모듈의 균질화는 특정 상관구도를 피하기 위한 전략적 방법이라고도 볼 수 있다. 도널드 저드의 모듈은 점층적으로 반복된다. 이 반복의 형식이 지닌 점층적 구조는 역설적으로 점진적인 변화를 담기도 한다. 이러한 구조는 주체와 객체의 관계가 구분되지 않는다. 단지, 같은 형식의 모듈의 중복적인 표현으로 일정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일정한 모듈의 나열은 각 요소의 순서, 상하관계, 시작과 끝이 불분명한 건조한 반복만이 존재하게 되므로 균질화 반복은 분류에 의한 순차적, 계열적 이미지의 해석이 불가능하다. 이는 모듈 자체에 완벽한 개별성이 획득되었음을 의미한다. 11

미니멀리즘에서 모듈의 균질화는 변화를 최소화한 반복 구성으로 보다 균일하고 일정한 형식을 보여줌으로써 강력한 시각적 효과를 갖는다. 따라서 모듈의 반복으로 느낄 수 있는 이미지의 힘이 가장 강하게 표현되는 방식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균질화의 가장 큰 특징은 일정한 반복을 통해 끊임없는 무한성을 암시하는 것이다. 동일한 형태와 크기를 지닌 모듈의 단순한 정렬방식은 대칭적이고 연속적이다. 이러한 배열은 부분적으로 집중될 수 있는 초점, 혹은 시야를 전체적인 시각으로 확대시킨다. 이로서 미니멀리즘은 부분보다 전체적인 형상이 인지되는 것을 유도한다. 미니멀리즘 작품은 다수의 모듈 구성의 집합체로 간단하게 설명될 수 없다.

 

2) 모듈의 게슈탈트화

 

미술학적으로 하나의 의미 있는 전체로 바라보는 측면을 강조하는 모듈의 반복요소가 바로 게슈탈트이다. 게슈탈트(Gestalt)란 전체, 모습, 형태, 형상 등의 뜻을 지닌 독일어로 형태학에서는 최소한의 형태를 지칭하기도 한다.

우리는 모니터 화면에서 나타나는 원이나 곡선과 같은 복합적인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인지할 수 있다. 하지만 모니터에 출력되는 화면 속 이미지는 우리가 인식하는 이미지로 존재하지 않는다. 밀집된 작은 사각형의 픽셀의 배열을 관찰자가 하나의 연결된 곡선으로 인식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게슈탈트 이론 12에서는 근접성의 법칙으로 설명하고 있다.

모듈의 게슈탈트화는 작품 외부의 형태와 관객의 경험이 상호 영향을 미치며 이루어진다. 즉, 객관적인 형태의 특성이 관객이 인식하면서 새로운 형태가 도출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로버트 모리스(Robert Morris, 1931- ) 13는 인간의 뇌, 눈과 같은 몸의 감각에 따른 인식의 복잡성에 주목했다. 모듈의 형태는 단지 인식의 대상일 뿐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 존재하기 위한 필연성을 갖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로버트 모리스는 평면과 입체라는 대조적 조건과 개념을 내세우기보다 입체가 가질 수 있는 새로운 인식의 과정을 실마리로 여겼다.

 

    “지루하고 공예적인 오브제로부터 예술의 에너지를 분리시키고… 에너지로서의 예술에 집중하는 힘은 결국 인식의 변화를 가져온다… 예술은 변화의 행위로, 불연속, 단절, 이동 등을 통해 의도된 혼돈을 추구하지만, 궁극적으로 새로운 인식 모드를 발견하기 위함이다.” 14

 

그는 형태의 성격 형성이 관객의 본능적인 인식과 관계있다고 생각했다. 단순한 형태가 형태 인식을 강하게 가져오고 면이 많거나 색이 다양한 복잡한 형태는 시각적 인식의 어려움을 준다는 점을 지적하며 형태에 따른 인식의 조건에 주목했다. 이는 모듈의 형태가 관객의 수용에 의해 달라지는 상대적인 개념으로 존재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게슈탈트의 형성은 모듈의 반복적 요소에서 조형적 규칙성이 적용되면서 이루어진다. 반복 요소 각각이 공통적인 조형 특징을 가지며, 동시에 변화된 조형 특징을 공유하면서 새로운 시각적 효과를 일으킨다. 이러한 점이 일반적인 점묘 기법의 반복 구성과 구별된다. 15

로버트 모리스 「무제」 1965. 세 조각, 각 243.8×243.8×60.9㎝

로버트 모리스 1964년 그린 갤러리의 전시 장면. 뉴욕

게슈탈트는 전체적으로 하나의 조형으로 인식되며 이를 이루는 하나의 구성단위로서 개별적으로 인식되지 않는다. 작가가 의도적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이미지와 내용이 도출되면서 각각의 요소자체로 분리되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반복 구성에서 모듈은 각각 인식이 가능한 개별성을 지닌다는 점과 부분과 전체로 존재하는 점에서 이중적이라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모듈의 게슈탈트화는 기호적 속성과 조형적 속성을 동시에 강조한다. 전체와 부분의 관계에서 반복은 형성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고, 반복되는 모듈과 관계되는 대상의 전체는 게슈탈트를 구성하는 구체적 현상이 된다.

과거 예술의 존재 방식이었던 환영, 착시와 인지의 주체인 관객의 존재를 분리하여 강조하였던 후기구조주의 미술사에게 미니멀리즘은 매우 새로운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였다. 형태의 단일성과 인식의 관계에 중점을 둔 모듈의 게슈탈트화는 작품이 상대적 패러다임 안에 존재하도록 하였고 후기 모더니즘 문화의 전반적인 철학과 같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3) 모듈의 단자화

 

모듈의 단자화 구성은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요소가 통일되었음을 전제로 한다. 모듈의 균질화는 규칙성과 통일성을 매우 엄격하게 지켜야한다. 그리고 모듈의 게슈탈트화 구성에는 변화가 의도적으로 적용되면서 전체적인 통일성과 규칙성이 내재되어 있다. 하지만 모듈의 단자화는 일부 반복 구성에서 불규칙적인 요소를 취한다. 따라서 모든 모듈이 일정한 규칙으로 반복되는 균질화와 비교적 각기 다른 모듈이 하나의 집합체로 인식되는 게슈탈트화와는 큰 차이가 있다.

이러한 규칙성과 통일성에 무질서함의 공존은 작품이 전체적으로 통일성을 지니지만 그 사이의 변화가 존재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모듈의 단자화는 모듈 사이에 규칙성과 불규칙성이 혼합되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각각의 모듈의 형태는 고유성을 지니면서 일정하지만 모듈의 전체 구성에서는 유동적인 변화를 보이면서 모듈이 반복적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솔 르윗 「다섯 개의 모듈 구조(숫자 5에 대한 연속적인 치환)」 1972. 나무, 에나멜 도료. 다섯 부분, 각 62×98×62㎝

예를 들면 모순적 반복이 나타나는 구성이다. 전체적인 구조에서 반복적인 요소를 발견할 수 있지만 모듈의 반복 요소로 본다면 결코 동일하지 않는 별개의 객체임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구성은 고트프리트 라이프니츠(Gottfried Wilhelm von Leibniz, 1646-1716)가 언급한 ‘단자’의 개념과 일맥상통한다. ‘단자’는 연관성과 자발성, 다양성과 단일성, 그리고 가변성 안에서 변하지 않는 성질을 지니는 모순된 실체이기 때문이다. 16

이는 질 들뢰즈(Gilles Deleuze, 1925-1995)와 펠릭스 가타리(Félix Guattari, 1930-1992)가 제시한 리좀(Rhizome) 17의 구조와도 닮아 있다. 리좀은 시작과 끝이 없고 중심이 없으며, 항상 존재의 사이, 사물의 틈과 같은 어느 사이 중간을 의미한다. 앞서 언급한 모순적 반복구조 또한 모듈과 전체의 위계적인 질서가 사라지고 모든 요소가 동등한 수평적 관계로서 존재한다. 이처럼 모듈의 단자화는 모듈의 모순적 반복구성을 말한다.

솔 르윗 18의 작품을 살펴보면 표피를 없앤 내부 구조의 형태가 드러나면서 마치 건축물의 골조처럼 느껴진다. 규칙적이고 대칭적인 그리드의 사각구조의 모듈이 질서 있는 반복 안에서 연속적인 구조로 형성되면서 무한하게 확산된다. 솔 르윗은 육면체에서 시작한 모듈 구조와 수학적인 규칙에 의한 대칭과 반복 구성으로 나타나는 시각적 질서를 탐구하였고 1995년 개방된 형태의 격자 구조물을 처음 선보였다.

그의 모듈은 일정한 규칙과 논리의 의해 구성되는데 각기 다양한 구조로 변형되어 시각적으로 다르게 표현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규칙을 지닌 불규칙적인 구성은 모듈의 단자화를 잘 보여준다.

본 논문은 모듈의 반복적 요소를 구분하는 기준으로 모듈 형태의 변화 및 변화의 규칙성, 모듈과 전체적인 이미지와의 관계 등을 들었다. 모듈의 변화가 거의 없어 엄격한 규칙이 적용되는 균질화는 강한 시각적 효과를 지닌 수단으로, 모듈의 기호적 속성을 이용해 반복 그 자체로 전체를 구성한다. 게슈탈트화는 모듈의 반복적 요소에서 각 모듈이 조형적으로 의도된 변화가 적용된다.

따라서 게슈탈트 형성을 위해 전체의 이미지와 모듈이 상징적인 관계를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모듈의 불규칙한 변화가 적용되어 모듈만으로는 반복의 개념이 적용되지 못하는 것이 단자화이다. 그러나 공통적으로 미니멀리즘 작품에 나타나고 있는 각 모듈은 개별적으로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전체로 존재하며, 요소간의 관계가 수평적이라고 볼 수 있다.

 

4. 1960년대 미국 미니멀리즘에 나타난 모듈 방식의 특징

 

미니멀리즘 작품의 반복성은 모듈의 조합을 통해 이루어지며, 증식적인 효과를 지닌다. 반복되는 모듈은 반복을 계속하거나 조합에 변화를 주게 되면서 새로운 형태들이 끝없이 나올 수 있다는 잠재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19이러한 증식하는 반복은 산업사회의 대량생산 체제에서 합리성 추구와 맞물린다.

반복되는 모듈은 작품 전체에 강한 집중성을 부여하여 작가의 의도를 극대화할 수 있는 조형원리이다. 균질성, 게슈탈트성, 단자성과 같은 반복적 요소와 효과는 각기 다른 특징을 갖는다. 공간속에서 이러한 반복은 크게 획일적 반복과 변화적 반복으로 나눌 수 있다.

모듈의 획일적 반복 구성은 통일성을 강하게 주며 명백히 강조된 시각적 요소가 규칙적이고 한결같으며 단조로운 순열로 나열된다. 획일적 반복은 변화, 대비, 대립적인 요소가 없어 흥미롭지 않을 수 있으나 작품 자체의 물성이 모듈의 새로운 물성으로서 직접적으로 다가갈 수 있다.

이와는 달리 변화가 있는 반복은 자연 질서의 근본적이고 보편적인 원리로서 진행된다고 볼 수 있다. 각각의 모듈이 일정한 테마 혹은 모티브를 가지고 구성되어 또 다른 크기의 모듈을 탄생시켜 다시 반복되는 것이다. 20미니멀리즘에 나타난 모듈의 반복적 요소는 부분적으로 실용적인 사용이 가능하다. 이는 상황에 따라 작품을 매우 조직적으로 구성할 수 있도록 한다. 21

패턴이 반복하는 균질화 구성은 각각의 모듈이 하나로 따로 존재할 수 없다. 1960년대에 도널드 저드가 제시한 작품들은 연속적인 모듈 안에서 선택된 일정 부분으로 생각될 수 있다. 모듈 사이 공간의 길이는 화랑의 천장 높이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모듈 자체의 수 역시 늘어날 수도 줄어들 수도 있다. 저드는 일련의 모듈로 형성된 이 작품이 결코 부분으로 해석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도널드 저드 「무제」 1969. 120×113×318㎝

여기에서 하나의 모듈은 다른 요소들과 상호 연관되어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있어야 할 자리에 독자적으로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모듈의 전체는 부분보다 더 중요하므로 모듈은 관계적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저드는 일련의 모듈을 통해 서로 연관성이 없는 관계의 질서를 강조한다. 그리고 이 질서는 수학적 질서가 아닌 단순한 질서라 말하였다.

미니멀리즘의 표준은 확실히 단일한 형태의 모듈에서 찾을 수 있으며 형식적으로 단순하다. 작품은 형태가 상대적으로 덜 복잡한 입체로 구성된다. 대부분의 작품의 모듈은 직사각형, 정사각형, 또는 육면체의 모양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물론 예외인 작품이 있다. 바로 댄 플래빈(Dan Flavin, 1933-1996)의 「타틀린을 위한 기념비(Monument for V. Tatlin)」이다. 하지만 이 작품 역시 규칙적이며 대칭적이다. 대부분의 미니멀리즘 작업은 하나의 기본적인 단위, 즉 모듈이 적게는 두 번에서 많게는 백 단위가 넘기며 반복되며, 전체적으로 규칙적이고 통일된 모습을 보인다.

바닥에 놓인 도널드 저드의 육면체 작품은 유일하게 단일 모듈이다. 하지만 작품 안에서 네 개의 동일한 면과 선이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반복에는 특별한 기교가 들어가지 않는다. 그가 주장한 바와 같이, 하나 다음에 또 다른 하나를 놓는 형식이다. 이 단순한 형태는 변화무쌍하고 불안정한 배열을 지닌 복잡한 구성 혹은 장식적인 요소를 배제시킨다.

미니멀리즘 작품은 매우 즉물적이며 상당히 추상적이다. 재료가 그 자체가 아닌 다른 이미지와 비슷해 보이도록 변형, 조작되지도 가장되지도 않는다. 작품이 액자 안에 들어가거나, 좌대 위에 올려 지지 않는다. 따라서 작품은 관객의 공간과 분리되어 존재하지 않고 함께할 수 있다. 22

이와 같은 미니멀리즘의 특징은 도널드 저드와 모리스의 작품에서 나타나는 유사성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모리스는 1960년대 중반에 도널드 저드의 「특수오브제(specific object)」와 유사한 작품을 제작하였다. 그러나 작업에 대한 생각이 변하면서 작품 형태가 단일한 모듈의 중성적인 무기물로 대치되기도 하였다.

댄 플레빈 「타틀린을 위한 기념비(Monument for V. Tatlin)」 1964. 형광등. 243.8×77.5×12.7㎝

모듈의 최소성과 단순성이 반드시 관객 경험의 단순성과 일치되지는 않는다. 모듈은 역설적으로 관계성을 약화시키지 않는다. 모듈은 관계성에 질서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모듈의 성질이 변하지 않는다면 모듈 간의 거리, 형식, 비례 등의 모든 특수한 관계가 유지된다.

따라서 그 모듈 사이의 관계성은 견고하고 독특한 성격을 갖는다. 각 입체 모듈을 통일 시키고 다른 모듈과 통합되면서 확장된다는 것은 한편으로 과거 조각 작품의 복합적인 외형을 통합시키면서 형태를 한정하지만 입체 작품의 새로운 자율성을 성립시키는 것이다.

모듈의 게슈탈트화는 관찰자가 복잡한 패턴이나 형태를 접할 때 그것의 전체적인 구조와 모습을 파악하고자하는 심리가 인지의 단순화에서 온다는 것을 주목한다. 23미니멀리즘의 단순성과 통일성, 전체성 등의 특징이 모듈의 게슈탈트화를 돕는다. 로버트 모리스는 부분으로 분리될 수 있는 저드의 작품과는 상반되는 전체성에 주목했다. 부분과 부분에 의한 구성과 내적으로 비대칭적인 균형은 큐비즘 미학의 잔재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는 전적으로 외적인 관계인 조각과 공간, 관람자 사이의 관계에 몰두했다. 따라서 작품에서 나타나는 색채, 표면의 변화와 같은 세부적인 요소들은 나눌 수 없고 해체할 수 없는 전체로서 존재하게 된다. 미니멀리즘에서 모듈의 게슈탈트화는 부분에 부분을 더하여 구성하거나 전체에서 특정 요소를 분리하여 작품 내외에서 새로운 관계를 설정하는 과거의 입체 작품과 다르다. 그리고 로버트 모리스가 선택한 모듈은 그의 질서 안에서 가장 중요한 조각적 가치를 지닌다. 그는 이미 익숙한 형태에 중요성을 부여하기도 하는데, 이는 마르쉘 뒤샹의 「발견된 오브제」를 따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24

미니멀리즘에서 나타난 기계적, 객관적 표현은 작품의 유일성을 상실시키고 과거 예술이 지닌 형태의 내적 필연성을 배제시킨다. 따라서 미니멀리즘 작가들은 작가의 내면이나 관념적 공간과 사적 언어 사용을 거부하고 사물을 객관적이고 공적인 공간에 스며들도록 하였다. 이는 미술의 사적인 부분을 외부의 객관적 영역으로 옮기려 한 것이다. 이러한 요소는 해석을 강조하는 후기모더니스트들과 모더니스트에게 동시에 비판적인 평가를 받기도 한다.

도널드 저드 「무제」 1972. 916×115.5×178.2㎝

일부 모더니즘 작품은 작가의 표현을 최대한 억제한다. 모듈이 일정한 간격으로 반복되면서 대칭을 이루는 형식으로 구성된 작품은 과거 작가의 개성을 드러내는 표현적인 경향으로부터 벗어난다. 예술 작품이 작품으로 존재하기보다 임의의 다른 물체가 될 때까지 예술 회화의 조건을 걷어내는 것이다. 프랭크 스텔라는 이와 같은 미니멀리즘 작품의 특징을 “당신이 보는 것이 바로 당신이 보는 것(What you see is what you see).” 25이라고 말했다.

이제 회화는 어떠한 환상을 담지 않고 근본적으로 해석의 개념까지 제한되고 예술품이 물체로서의 속성을 갖게 되었다. 1960년대 미국 미니멀리즘은 미술작품을 상징체계에서 기호체계로 전환하는 관념적인 변화의 표상이 되었다. 실증적이고 즉물적인 미니멀리즘의 특성은 미술의 객관성을 강조하고 그로부터 내용적인 측면을 차단하는 그린버그가 바라본 모더니즘의 자기 비판성과 자율성으로 연결된다.

미니멀리즘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모듈 방식의 반복적 요소는 규칙성을 띠지만 다양한 구성방식과 변화로 각기 다른 의미를 갖는다. 모듈은 3차원 입체의 구체적인 형상으로 보이지만 그 근원은 회화에 있어 조각과는 근본이 다르다고 볼 수 있다.

미니멀리즘은 근본적으로 상업성과 관련된 요소들을 표현하는 방식에 있어서 팝아트와 공통점을 갖는다. 26미니멀리즘 작가들은 구상적이고 구체적인 내용이 아닌 모듈을 이용하여 그 배열방식에 주목하여 작업한다. 미니멀리즘은 모듈의 대량생산 방식을 전략적으로 선택하면서 ‘예술로의 디자인’의 면모를 보여준다. 도널드 저드와 프랭크 스텔라는 앞서 언급했던 “하나 뒤에 또 다른 하나가 뒤따르게 하는(One thing after another)” 방식을 통해 역설적으로 관계를 형성하는 구조에서 벗어난다. 이는 모듈의 대량생산을 의미하기도 한다.

미니멀리즘의 단순성이 돋보이는 기하학적 형태는 작품의 전체를 즉각적으로 인지하려고 하고자 하는 관객의 근본적인 심리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미니멀리즘은 기계로 인한 대량 생산이 가능해진 예술 즉, 기계화된 예술의 등장시키면서 예술의 산업화를 가져왔다. 이러한 경향은 후기 미니멀리즘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그린버그가 모더니즘의 마지막 단계로서 미니멀리즘을 규정한 만큼 미니멀리즘의 형식주의를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5. 맺음말

 

마르셀 뒤샹과 카지미르 말레비치(Kazimir Severinovich Malevich, 1878-1935)가 시도한 최소한의 예술은 두 가지 측면의 미니멀리즘으로 발달하였다. 작업하지 않은 재료 그 자체로 존재하는 예술, 그리고 다른 하나는 예술로서 사물을 전시하는 것과 장식적인 표현과 기술에 저항하는 기하학적 추상을 강조하는 예술이다. 미니멀리즘은 전통적으로 사용되는 미술 재료가 아닌 벽돌, 알루미늄, 강철, 거울, 형광등, 유리, 구리, 합판 등과 같은 건축자재로 이용하는 산업용 재료를 사용하였다.

본 연구를 통해 미니멀리즘은 어떤 것을 형상하기 위해 만들어지고 구성되는 작품을 지양하고, 있는 그대로의 산업적인 재료가 작품의 모듈이 된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이 모듈은 조립되고 배열되면서 반복적인 형식을 따르고 있다. 미니멀리즘은 산업용 재료를 사용함으로서 모듈을 규칙적, 대칭적 또는 그리드형의 반복적인 배열로 재료 사용의 직접성을 보여주었다.

미니멀리즘에서의 모듈은 작품의 자율성과 즉자적 공간 활용을 동시에 가져왔다. 모듈이 실제 공간을 그 자체로 차지하는 것은 물리적, 촉각적 감각에 의한 비례, 크기, 볼륨 등 구체적인 특성을 포함하면서 기존 회화의 환영에서 벗어나 본질을 갖도록 하였다. 이는 기술적으로만 표현하는 예술의 몰락을 야기 시켰다고 볼 수 있다.

본 연구에서 모듈 방식의 반복적 요소는 균질화, 게슈탈트화, 단자화로 분류할 수 있지만 모두 변화무쌍하고 불안정한 배열로 인해 복잡해지지도 않고, 장식적인 요소를 배제시킨다는 점이 공통적이었음을 확인하였다. 미니멀리즘은 매우 추상적이고 상당히 즉물적이다. 재료가 작품에 사용되면서 재료의 본질이 아닌 다른 것과 비슷하게 보이도록 가장되거나 조작되지 않는다. 미니멀리즘 작품은 액자나 받침대를 과감히 없애면서 개별적인 ‘작품’으로 공간과 분리되지 않기에 공간 자체의 일부가 되어 관객의 공간과 함께 존재할 수 있다.

미니멀리즘 작가들의 사물대한 관점은 대상의 근본적인 특질을 드러내고자 하는 의지에서 시작하였다. 이는 전통적인 미학을 부정하고 시각예술의 확장을 가져오는 바탕이 되었다. 또한 작가가 심어놓은 작품의 의미를 찾고자 하는 관객의 일방적이고 주관적인 인지 방식에서 환경과 작품, 그리고 관객이라는 복합적인 관계 속에서 영향을 받는 인지 방식으로의 전환을 가져왔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미니멀리즘이 구체적으로 형상화하려는 전통 미술사적 관념에서 탈피한 새로운 차원의 예술 오브제를 제시하였음을 의미한다. 작가의 주관적인 시각을 직접 나타내지 않고 대신 사물의 존재를 직접 선보였다. 본 연구를 통해 미니멀리즘의 모듈이 산업 문명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간결하고 명확하게 기하학적 공간 구성을 시도한 증거임을 확인하였다.

미니멀리즘은 기존 예술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면서 동시대 미술에 이르기까지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미니멀리즘에서 작품은 좌대를 거부하고 공간 속에서 중요한 요소로 자리한다. 그리고 미니멀리즘 작가들은 작품을 구상하고 만들어내는 숙련된 기술자 보다는 개념으로 작업한다고 볼 수 있다. 미니멀리즘은 ‘사물의 작품화’라기 보다 작품을 철저히 ’사물화’시킨다. 일상의 사물을 직접적으로 제시하여 일상의 예술을 가져오는 오브제를 넘어서 미니멀리즘에서 사물화된 작품은 심오한 존재론적 사고로 인해 도리어 일상과 구별되는 양상이 나타나기도 하였다.

1968년 12월 로버트 모리스는 ‘레오 카스텔리(Leo Castelli, 1907-1999) 창고의 9명의 미술가들’ 27전시를 기획하였다. 그리고 ‘반형태(Anti-Form)’라는 글을 발표하면서 미니멀리즘을 벗어나 반(反)미니멀리즘을 주도하였다. 형태를 추구하지 않는 작업 과정을 보여주는 과정미술의 이론적 기반이 된다. 작품의 비결정성, 임의성, 유동성을 중요시하여 미니멀리즘의 입체적인 단단한 결정체에서 벗어난다. 이는 1960년대 말 미술이 포스트미니멀리즘 경향으로 넘어가는 데 큰 힘을 실었다.

1960년대 말 미니멀리즘의 전성기 이후, 포스트 미니멀리즘은 로버트 핀커스 위튼(Robert Pincus Witten, 1935-2018)이 1971년 11월호 ‘아트포럼’에 실린 논문 「포스트 미니멀리즘에서 숭고함으로」에서 처음 언급되었다. 로버트 핀커스 위튼은 1960년대 말 1970년대에 등장한 과정예술, 개념예술, 신체예술 등을 포스트 미니멀리즘으로 정의하면서 전형적인 미니멀리즘과 구별하였다. 미니멀리즘은 이후 예술 개념에 다양한 영향을 미치며 계속적인 의미의 변화를 겪었다.

따라서 미국 미술계에서 1960년대 후반은 미니멀리즘을 기점으로 하나의 큰 전환점을 맞이했다고 볼 수 있다. 모더니즘으로 활발히 상용되었던 형식적인 가치들이 미니멀리즘에 의해 마감되고 형식주의가 저항했던 방법과 행위, 언어적 요소들이 수용되기 시작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는 이후에 ‘개념미술’의 등장을 불러들이는 등 중요한 발판이 되었다. 미니멀리즘은 모더니즘이 포스트모더니즘으로 넘어가는 기점을 이어주며 또 다른 회화의 가능성을 확장시킨 의미 있는 사조임을 알 수 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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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H.Arnason, History of Modern Art,, New York:Harry N. Abrams

 
 
[Abstract] Repetitive Elements and Characteristics of Modules in the 1960s American Minimalism

In “minimalism,” the term “minimal” is described as having the maximum effect with the minimum basic element. In this study, minimalism refers to a particular artistic trend that emerged in paintings and three-dimensional works that were active in Los Angeles and New York in the 1960s.

At that time, minimalism was at the center of the theoretical debate that looked at the extension of modernism, or from the extreme de-modernism, or later modernism. Thus, the study of the specific morphology of minimalism is meaningful in understanding the complex context of modern art history in the 20th century since the 1960s.

Minimalism opted for industrial and artificial materials in the form of production and adopted the same methods as assembling and building machines, which are in line with the new acceptance of modernism. It is something that should be re-evaluated to propose a new paradigm in the art arena by allowing minimalism to dislodge art from its intended and ideological critique. This thesis was designed to derive and reevaluate the basis of minimalism in the 1960s after looking at what is the modular method as the American minimalism and the model.

Most American minimalist artists in the 1960s argued that they were already out of touch with European geometry. In particular, they rejected the method of Piet Mondrian(1872-1944), which started with Cubism, and changes except balance, asymmetry, and repetition, which are generally found in Europe. Thus, minimalist artists deliberately chose to organize the repetition of the same unit and the symmetrical sequence.

Therefore, if it is looked at the figurative characteristics of minimalism, it can be seen that the expression and meaning of simple three-dimensional repetition are diverse. The present study referred to express elements such as ‘the same unit’ and ‘simple piece’ as ‘module’ that appeared in minimalism. Furthermore, it aims to analyze the characteristics of modularity in American minimalism in the 1960s in terms of its internal composi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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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s:

  1. 경희대학교 일반대학원 미술학과 미술평론경영 전공 석사4기
  2. 모듈(Module)은 고대 그리스·로마에서 사용했던 건축분야의 용어인 모듈러스(Modules)를 어원으로 한다. 모듈러스는 이상적인 건축 요소의 길이, 비율의 단위를 의미한다. 현재 모듈은 주로 공업제품의 제작이나 건물을 조립하거나 설계할 때 필요한 기준이 되는 기본 단위 및 치수로 사용되고 있다. 수학에서는 율 또는 계수로 번역되기도 한다.
  3. Richard Wollheim, “Minimal art”, in Minimal Art: A Cricical Anibalogy, pp. 387-399, ed. Gregory Battcock, New York: E. P. Dutton, 1968
  4. 클레멘트 그린버그는 당시 현대미술에 대해 “현대미술의 본성은 본질적인 요소와 비본질적인 요소를 점차 구분하는 것으로, 회화에서 더 이상 감축할 수 없는 본질적인 요소와 비본질적인 요소를 점차 구분하는 것으로, 회화에서 더 이상 감축할 수 없는 본직적인 요소는 평면성과 평면성의 구획이라는 회화의 두 가지 관행이다.”고 언급하였다. 이는 모더니즘 회화 비평의 준거로 받아들여졌다.
  5. 클레멘트 그린버그는 1961년 주장한 이론인 《모더니스트 회화(Modernist Painting)》에서 모더니즘 회화에서 중요시하는 ‘평면성’에 대한 해석을 제시하였다. 그린버그에게 ‘평면성’은 회화를 스스로 정의하고자 하는 욕망에서 나온 결과이다. 반면에 스타인버그는 ‘평면성’을 예술에서 모더니티의 경험과 유사한 것으로 보았다. 이러한 자기 정의는 각각의 미술 분야가 부분적으로 서로 분리되는 것을 의미했지만, 스타인버그에게 평판 그림면은 회화와 조각이라는 영역의 구분이 사라짐을 의미한다.
  6. 조형예술에서 ‘반복’이란 일반적으로 두개 이상의 요소들이 연속해서 사용되는 것을 의미한다.
  7. 다니엘 마르조나 저. 정진아 역 《미니멀 아트》 p.30. 마로니에북스. 2008
  8. 이사꾸라 나우미 저. 김학성, 조열 공역 《순수미술, 디자인 분야를 위한 평면구성》 pp.96-97. 조형사. 1991
  9. 위커스 웡 저. 유한대 역 《입체디자인원론》 p.14. 미진사. 1981
  10. Novert Lynton, The Story of Modern Art, pp.294-295. Oxford; Phaidon, 1989
  11. David Hopkins, After Modern Art 1945-2000, pp. 37-43, Oxford University Press, 2000
  12. 게슈탈트(Gestalt) 요인이라고도 하며, 막스 베르트하이머(Max Wertheimer, 1880-1943)가 최초로 제시하였다. 지각심리학 영역에서 주로 사용되는 중요한 법칙이다. 게슈탈트는 근접성, 유동성, 좋은 연속성, 모양성의 법칙 등을 포함한다.
  13. 로버트 모리스는 미국의 조각가이며 개념주의 예술가이다. 도널드 저드와 미니멀리즘 이론을 정립하고 작품 활동을 하였다. 이밖에 반 형태미술, 행위미술, 대지미술, 과정미술 등 현대미술 전반에 걸쳐 왕성히 활동하였다. 그는 『아트포럼』지에 《조각에 관한 소고 (Notes on Sculpture)》를 실었다. 여기서 그는 지각 현상을 바탕으로 현대 조각의 특성을 공간적으로 해석하고 관람자의 인식의 경험과 수용에 집중하였다. 결과적으로 조각, 입체 작품의 영역의 확장에 기여하였다.
  14. Carol, Noel, Arti-Illusionism in Modern and Postmodern Art. p.48. Leonardo, 1988
  15. Robert Morris, Notes on Sculpture : Part 1 and 2, pp.42-44, Artforum, 1966
  16. Richard T. W. Arthur author., Leibniz / Richard T. W. Arthur., p.249, Cambridge, England, Malden, Massachusetts : Polity Press, 2014.
  17. 리좀은 들뢰즈와 펠릭스 가타리의 공동 저서 《천 개의 고원》에 등장하는 용어이다. 원래의 리좀은 식물학에서 온 개념으로 줄기가 뿌리와 같이 땅속으로 뻗어 자라는 땅속줄기 식물을 가리킨다. 리좁은 수평으로 자라 넝쿨을 만드는데 그것이 다시 새로운 줄기로 뻗는 방식을 취한다. 중심이 있는 경직된 조직이 아닌 유연한 조직의 이미지 그리고 다수성 보다는 복수성의 지배체제라 볼 수 있다.
  18. 솔 르윗은 2차원 또는 3차원에서 원뿔, 육면체, 별과 같은 기하학적인 형태들을 실험했다. 규칙성과 지속성을 지닌 솔 르윗의 작품은 끝없는 세분화와 색채의 반복으로 복잡성을 지니지만 결과적으로는 단순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1960년대부터 솔 르윗은 수학의 수열을 바탕으로 선과 육면체를 변형하고 치환하는 데에 집중하여 작품을 제작하였다. 스티븐 파딩 편집, 박미훈 옮김. 《501 위대한 화가(501 GREAT ARTIST)》 p. 484. 마로니에 북스. 2009
  19. 데이비드 배츨러 저. 정무정 역 《미니멀리즘》 p.78. 열화당. 2003
  20. Maitland Graves, The art of color and design, pp.69-75, New York : McGraw-Hill, 1951
  21. 데이비드 배츨러 저. 정무정 역 《미니멀리즘》pp.9-11. 열화당. 2003
  22. 데이비드 배츨러 저. 정무정 역 《미니멀리즘》pp.11-12. 열화당. 2003
  23. 루돌프 아른하임. 김춘일 역 《미술과 시지각》 미진사. 2000
  24. H.H.Arnason, History of Modern Art, pp.560-586, New York:Harry N. Abrams
  25. Glaser, Bruce, Modern Art and the Critics: A Panel Discussion, pp.154-159, Taylor & Francis, 1970
  26. 핼 포스터 저. 이영욱, 조주연, 최연희 공역 《실재의 귀환》 pp.114-115. 경성대학교 출판부. 2010
  27. ‘레오 카스텔리 창고의 9명의 미술가들’에서 주목해야할 것은 재료이다. 반(反)형태란 미니멀리즘 작품의 정확하고 단단한 기하학적 형태에 반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비정형적이고 지속적으로 변화 가능한 형태를 말하는 것으로, 형태가 고정되어 있지 않은 재료인 아스팔트, 헝겊, 실, 고무, 펠트 등과 함께 가공되지 않은 공업적인 재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재료로 이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