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프린스(Richard Prince)와 애슐리 비커튼(Ashley Bickerton)의 ‘소비사회 이미지’ 차용 작품의 특징

제9호 《Art Pavilion》수록. 2018년 10월 발행
 
최다운 1
 
1. 머리말
2. 리처드 프린스와 애슐리 비커튼의 소비사회 이미지의 차용 전략

    1) 리처드프린스의 리포토그래피(Rephotography)
    2)애슐리 비커튼의 아쌍블라쥬(Assemblage)

3. 소비사회 이미지 차용 작품의 주요 특징

    1) 사회비판적 요소
    2) 소비사회 이미지의 기호화(stereotype)

4. 맺음말

 

1. 머리말

 

본 논문은 1980년대 나타난 포스트모던의 주요 전략이었던 차용(appropriation) 미술에서 리처드 프린스(Richard Prince, 1949- )와 애슐리 비커튼(Ashley Bickerton, 1959- )의 소비사회 이미지 차용 작품의 특징을 분석한 연구이다. 당대 미술가들은 차용이라는 예술 전략을 사용하였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은 다양하다. 프린스와 비커튼은 미술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참조대상을 찾아 소비사회 이미지를 차용했다는 점에서 모더니즘의 순수성과 독창성을 부정했던 다른 차용 작가들 보다 폭넓은 의미를 담고 있다.

리처드 프린스와 애슐리 비커튼의 기존 선행연구에서는 이들의 차용 전략을 모더니즘의 기본 전제를 전복시키고자 하는 포스트모더니즘 운동의 경향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이들의 차용 작품이 미술사적 맥락에서 모더니즘의 독창성과 순수성의 신화를 해체하고자 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선행연구에서 리처드 프린스와 애슐리 비커튼의 작품을 바라보는 시각은 이들의 예술세계를 포스트모더니즘 미술운동의 하나로 미술사적 의의를 강조해 주기에 의미 있는 연구이다.

그러나 리처드 프린스와 애슐리 비커튼이 소비사회 이미지를 차용 전략에 도입한 계기는 1980년대 뉴욕에서 성행했던 포스트모더니즘의 경향을 따르며, 당대 대중에게 가장 영향력 있는 소비사회 이미지를 통해 사회의 이면을 보여주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다. 따라서 본 연구는 리처드 프린스와 애슐리 비커튼의 소비사회 이미지 차용 작품의 차용 전략과 특징에 대해 연구하고자 한다. 2장에서는 리처드 프린스와 애슐리 비커튼의 차용 전략에 대해 연구하며, 포스트모더니즘의 경향이 아닌 영향력 있는 소비사회 이미지를 통해 이면에 가려져 있던 사회를 보여주고자 했던 이들의 예술 행위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3장에서는 이들의 소비사외 이미지 차용 작품의 특징을 도출하며, 작품이 내포 하고 있는 의미에 대해 연구하고자 한다.

 

2. 소비사회 이미지의 차용 전략

 

타인의 작품이나 기존의 알려진 이미지를 자신의 작품에 사용하는 ‘차용’은 1980년대에 포스트모던 예술가들과 모조주의(Simulationism) 미술가들의 작업에서 널리 사용되어 온 예술 기법이다. 당대 예술가들은 대중문화, 미술사적 양식, 광고 이미지, 아마추어 작가의 작품 등을 차용하며, 모더니즘 예술의 순수성을 해체하기 위한 포스트모더니즘의 전략 중 하나로 차용기법을 사용하였다. 다원성을 갖고 있는 포스트모던의 이론과 같이 1980년대 미술에서 차용 전략을 이용한 다양한 작가들은 차용의 대상 또한 다양하게 나타난다.

미술 내부에서 차용 대상을 찾은 대표적 작가로는 모더니즘 거장 사진가의 사진을 그대로 차용한 세리 르빈(Sherrie Levine, 1947- )과 모더니즘 거장의 작품과 창작 행위를 차용한 마이크 비들로(Mike Bidlo)가 있다. 또한 피터 핼리(Peter Halley, 1953- )와 앨런 맥컬럼(Allan McCollum, 1944- )은 모더니즘의 추상 회와 양식을 차용한 대표적 작가이다. 이들은 모더니즘 미술 이미지 및 양식을 차용하며, 미술사 속 거장의 미술을 통해 현재의 미술에 대해 적용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의 차용은 메타미술이라고 할 수 있다.

앞서 서술한 작가들과 달리 리처드 프린스와 애슐리 비커튼은 차용의 대상을 미술 안에서 벗어나 외부에서 찾는다. 이들은 후기 자본주의 소비사회에서 통용되는 광고 이미지, 기업의 로고, 문화적인 기호 들을 소재로, 당대 시점에서 대중에게 가장 영향력 있는 이미지를 작품 안에 차용하였다. 이들은 후기 자본주의 시대에는 미술사 거장의 작품 보다 미디어 속 소비사회 이미지 혹은 대기업의 브랜드가 영향력 있다 생각하여 차용 대상을 소비사회의 문맥 속에서 찾아내었다.

리처드 프린스와 애슐리 비커튼이 미술 외부에서 차용대상을 찾은 점, 소비사회의 이미지를 미술 전략에 도입해 모더니즘의 순수성 신화를 적극적으로 해체한 점은 다양한 차용 양식을 사용한 미술가들과 차별성을 갖고 있다. 이들이 차용 대상으로 소비사회 이미지를 선택한 것은 모더니즘이 지향하는 독창성과 순수선의 신화를 해체하고자 했던 경향도 있지만, 주된 의도는 당대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소비사회 이미지를 통해 예술에 현대사회의 모습을 비추어 자본주의 속에 가려진 모습을 극대화 하여 보여주고자 함에 있다.

리처드 프린스와 애슐리 비커튼은 소비사회 이미지를 소재로 차용 작품을 제작하였다는 점에서 차용 대상에 있어 공통점이 있지만, 이 둘은 차용 방법은 차이점을 보인다. 프린스는 소비사회 이미지에서 반복되어 나타나는 스테레오타입(Stereotype)이 사회의 실체를 은폐하거나 왜곡하기 위해 사용되어 지는 현상을 주목하였다. 이를 작품에서 강조하기 위해 소비사회 이미지를 재촬영(Rephotography)하여 원본 이미지 사이즈의 변화, 반복, 부분 강조(cropping), 병치 등을 이용하였다. 프린스는 리포토그래피 기법을 통해 당대 사람들에게 익숙한 소비사회 이미지를 낮설은 효과를 부여하였으며, 기존의 이미지에 대한 지각(perception)을 바꾸고자 하였다. 2

1980년대 제프 쿤스, 피터 할러리, 메이어 바이만과 같이 네오 지오(Neo-Geo) 그룹의 활동을 한 애슐리 비커튼은 뉴욕시기 기하학적인 형태를 기호화하거나 복제시키는 방법을 통해 현대 사회가 갖고 있는 모순을 풍자하였다. 이후 발리에서의 새로운 작품 활동을 시작하며 사진을 사용한 회화적인 요소, 산업적인 소재를 이용한 상업성 강조, 원시의 자연소재를 가미한 비예술적 재료 사용을 통해 아상블라주 형식의 차용 작품을 제작하였다.

리처드 프린스와 애슐리 비커튼은 소비사회 이미지를 차용하였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프린스는 소비사회 이미지를 재촬영하는 차용 전략을 통해 기존 이미지에 의미를 강조하여 아우라를 강화하였다. 비커튼은 차용 대상인 소비사회 이미지 뿐만 아닌 비예술적 재료 및 산업적 소재를 함께 차용하며, 차용 대상에 있어 프린스 보다 다양성을 갖고 있다. 두 작가의 이러한 다른 양상의 차용 전략을 분석하며, 소비사회 이미지 차용 작품이 갖는 특징을 도출하고자 한다.

 

1) 리처드 프린스의 리포토그래피(Rephotography)

 

리처드 프린스는 1977년 잡지의 광고사진들 중 실내 가구광고 4개의 이미지를 택해 재촬영(rephotography)을 시작한 이후, 다양한 광고들에서 상품사진과 모델 사진을 택해 재촬영 기법을 이용한 차용 전략을 계속 실행하게 된다. 그는 이미지들의 외양과 비례를 맞추기 위해 원본의 전체가 아닌 일부분을 재촬영 하였으며, 다시 찍은 사진들을 35㎜ 슬라이드에 수집했다. 당시 그는 타임라이프(TimeLife)지에서 잡지들을 편집하고 기사를 수집해 카피라이터에게 보내는 일을 하는 티어 시트(Tear-sheet)부서에 있었다.

이렇게 오려내어 보내고 자신에게 남은 나머지 이미지는 대중들에게 팔기 위해 의도적으로 디자인된 것들이 주를 이루었다. 이러한 잡지의 상업 광고는 상투적인 아름다운 이미지들 이었지만, 너무 완벽해서 현실 같지 않은 이미지들이었다. 그러한 이미지들은 다시 사진 찍기 위해 셔터를 한번 누르는 순간적인 동작만으로 프린스의 것이 됨과 동시에 사진 이미지의 저작권과 대중이미지의 소유권,창조의 본질, 작가의 독창성 등에 대한 개념들과 불편한 관계를 갖게 된다.

이처럼 프린스의 작품을 보면 매우 단순하고 작가로서의 흔적이 전혀 없어 단순한 느낌을 주지만, 그의 작업방식을 들여다보면 드라마틱한 변형의 과정을 포함하고 있다. 작품에서 보이는 익숙한 소비사회 이미지들은 원본과는 다르게 프린스 카메라의 시야와 앵글에 의해 잘려나가거나 확대되었으며, 모든 광고문구는 신중하게 삭제되었다. 이로써 소비사회 이미지가 갖고 있는 특정 브랜드 이미지로서의 기능을 잃게 하는 탈문맥화(Decontextualization)가 실행된다.

프린스는 카메라를 “전자 가위(electronic scissor)”의 역할로 바라본다. 또한 그는 컬러 사진들을 흑백 필름으로, 흑백 사진을 컬러필름으로 찍어 이미지들에 전체적으로 다른 분위기를 주기도 했다. 그는 그러한 과정을 음악 혼합방법에 비유하면서 그것을 ‘트랙 사진(8-track photography)’이라고 불렀다.

리처드 프린스가 소비사회 이미지들을 리포토그래피해 차용하는 작업 방식은 이미 만연해 있는 상품에 대한 물신주의를 대체하고 있는 광고사진에 대한 물신주의였다. 프린스의 이미지 물신주의는 키치 및 대량생산된 상품의 반복이 아니라 이미지들의 등가물의 반복, 다시 말해 “차이 속의 같음(the same within the difference)”으로 표명된다.

그가 대중문화, 주로 잡지 광고 속에 자유롭게 부유하는 모델들의 유사한 제스처와 비슷한 오브제들의 이미지들을 택해 카메라를 통해 자르고 확대하고 반복한 방식은 광고의 전략 중 하나인 반복을 자신만의 ‘유사성의 반복’이라는 기법으로 재연출한 것이다.

프린스가 재촬영을 이용한 차용과 재현의 방식은 몇 가지과정에 따라 이루어진다. 첫째로, 그는 편집자 혹은 이미지 조작자로 행동하면서 재촬영될 특정범주의 이미지들을 선택한다. 둘째, 이미지들을 그의 8개의 트랙에 적용시켜 미묘하고 신중한 변형(수정)과정을 거친다. 이렇게 수정과정을 거친 이미지들은 특별하면서도 낯선 효과들을 창출한다. 셋째, 재촬영한 사진 이미지들을 틀에 넣어 작품으로 만들고 화랑의 벽으로 옮겨 전시한다.

이때 유사한 이미지들의 반복적 제시는 일종의 내러티브의 암시를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광고의 제스처와 포즈, 표현방식의 스테레오타입적인 특징을 강조함으로써 이미지를 순환시키고, 유혹과 소외와 반복이라는 광고의 내재적이고 비가시적인 코드 및 메시지를 겉으로 드러내 해독할 수 있게 해준다.

 

2) 애슐리 비커튼의 아쌍블라쥬(Assemblage)

 

애슐리 비커튼은 1980년대 제프 쿤스(Jeff Koons), 피터 헤일리(Peter Halley), 메이어 바이어만(Meyer Vaisman)과 같이 예술가들이 포함되어 있는 네오 지오(Neo-Geo) 그룹의 선두 주자 중 하나였다. 1980년대 미국에서 나타난 예술경향인 네오지오는 네오 지오메트리컬(Neo-Geometrical)의 줄임말로 독창성을 부정하며, 현대의 미디어 사회를 모방하려는 경향이 강했다.

당시 함께 활동하던 네오지오(Neo-Geo) 운동을 하는 뉴욕의 예술가들은 20세기의 비 객관적 추상화를 탈피한 새로운 종료의 기하학적 예술을 만들고자 하였다. 이러한 활동과 함께 비커튼은 마이크로 칩 혹은 배터리 셀과 같은 재료로 작업을 하였으며, 그의 초기 작품은 산업재로 만든 전형적인 조립품과 같은 형태가 주를 이루었다.

1980년대 초 뉴욕으로 이주한 비커튼은 미니멀리즘의 직선 형태를 모방하고 산업자재를 이용해 작품을 제작하였다. 다른 미니멀리스트와 달리 비커튼은 「고통받는 자화상, 수지, 아를」 작품에서 양극 처리된 알루미늄 상자를 중장비 장식용 브래킷으로 벽에 부착하였으며, 그 안에는 유명회사의 로고를 집어넣고 배경은 밝은 회색으로 칠하였다.

그가 제작한 「고통받는 자화상」에서 비커튼은 뉴욕의 전력 회사 콘에디슨(ConEdison)의 전기에서부터 독일의 종합화학회사 바이엘(Bayer)의 아스피린까지 자신이 사용하는 모든 제품 브랜드를 통해 자신을 묘사한다. 작품명의 부제인 “Susie Culturelux” 로고는 그가 고안한 브랜드 이름이며, 빈센트 반 고흐(Vincent Willem van Gogh)가 자화상을 창조한 프랑스 남동부의 도시 명 아를(Arles)시에 관한 것이다.

도시 명 아를(Arles)시에 관한 것이다.
이처럼 애슐리 비커튼은 자신의 자화상을 유명 기업의 광고판 혹은 전자제품 같기도 한 모습으로 제작하였다. 이는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다양한 기업들에게 지배받는, 즉 물신화된 사회 속에서 고통 받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표현하며 보는 이로 하여금 현대사회 속 자신을 되돌아보게 한다. 또한 부제에서 자신을 수지(Susie)라는 브랜드로 칭하며, 반 고흐가 자화상을 만든 아를(Arles)시를 지칭했다. 이는 미술사의 거장인 반 고흐의 작품을 자신의 브랜드와 함께 차용한 것으로, 하나의 작품에서 차용의 대상이 다양하게 뒤섞이며, 다양한 의미를 만들어 내고 있다. 비커튼의 「고통받는 자화상」 작품은 1988년 손나밴드 갤러리(Sonnabend Gallery)에서 그의 첫 개인전에 전시되었으며, 뉴욕의 현대미술관(The Museum of Modern Art)에 판매되었다.

애슐리 비커튼과 1980년대를 함께한 네오지오 예술가들은 현대 소비사회는 재생산되어 모방된 사회라고 생각하며, 현대의 미디어 사회를 모방하려는 작품 활동을 주로 하였다. 네오지오의 예술 활동은 80년대 말 뉴욕의 경재 악화 속에서 쇠퇴하였다.

발리에 정착한 이후의 비커튼의 예술 세계는 확장된다. 자연 속에서 작품 활동을 하면서 생태계에 대한 관심이 늘었으며, 작품 소재 또한 토양 샘플을 채취하거나 공업 폐기물 등을 모아 작품에 활용하기 시작하였다. 자발적으로 서양의 문명에서 뛰쳐나와 열대 지방으로 이주해 화려하면서도 감각적 분위기의 작품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종종 폴 고갱과 비교되지만, 자신의 고립 상태를 객관적으로 인지하고, 이를 토대로 서구 문화를 강렬하게 비판 한다. 3

비커든의 예술세계는 캔버스 안팎의 다양한 재료를 사용함으로써 특징 지워진다. 싱가포르 타일러 전시공방(Singapore Tyler Print Institute)에서 근무한 비커튼은 이후 일상적 소재와 산업재를 주로 작품 제작에 이용하던 작업 방식을 벗어나 1996년 「Green Reflecting Heads Duo No.5」 와 같은 종이 조각을 이용한 작품을 제작하였다. 쓰레기통과 병이 쌓인 오염된 바다에서 나오는 녹색 생물의 유령을 묘사한 이 작품은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인 그로테스크 한 인물 묘사이다.


싱가포르의 가자 갤러리(Gajah Gallery)와 요그야카르타 예술 연구소(Yogyakarta Art Lab)의 공동 프로젝트 작업으로 만들어진 비커튼의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al) 시리즈는 비커튼 작업 소재의 다양성을 잘 보여준다. 초기 발리 스튜디오에서 점토로 만든 미토콘드리아 시리즈는 나중에 캐스트와 알루미늄 같은 다양한 재료를 통해 제작되었다. 이처럼 다양한 현대사회의 대량생산품, 폐기물부터 자연의 소재 까지 다양한 작품 재료를 넘나드는 비커튼은 아쌍블라쥬적인 차용 방식을 잘 보여주고 있다.

비커튼은 1959년 서인도 제도에서 태어났지만, 크리올(creole)어 및 피진(Pidgin)어 언어학의 선구자인 아버지 데렉 비커튼(Derek Bickerton)의 연구로 인해 유년시설 네 개의 대륙에 걸쳐 여러 나라에서 성장했다. 유년기부터 다양한 문화와 환경을 경험했던 애슐리 비커튼의 성장 배경은 원시적인 자연의 문화부터 콘크리트와 자본주의의 소비재로 둘러싸인 도시 문화까지 다양한 세계관을 갖고 있다.

작품의 소재 또한 현대사회의 소재인 대량생산된 공산품, 소비사회 이미지, 대형기업의 브랜드명 등과 함께 자연에서 나오는 진흙, 나무, 토양 샘플 등을 사용한다. 그는 이러한 폭넓은 소재 사용을 통해 주로 사회에 길들여진 문화적인 실체와 날 것의 원시적인 자연의 만남, 그 이질적 관계가 긴장감을 만들어 내며, 사진과 같은 회화적 요소와 산업 소재 그리고 3차원의 비예술적 재료들을 가미한 아쌍블라쥬(Assemblage)를 통해 이를 표현한다.

그는 사회적으로 금기시하는 성, 그리고 인종과 같은 주제를 원시적이면서도 감각적인 색의 구도 위에 그려낸다. 그의 작품은 키치적인 모습을 하고 있지만, 작품의 의미는 그 이상의 내용을 담고 있다. 사회적으로 금기시되는 파격적인 소재의 선택과 강렬한 색의 사용을 통해 애슐리 비커튼은 성, 인종, 비하, 착취 등의 이분법적이고 모순적인 사회 구조가 만들어내는 어두운 이면의 문제에 주목한다. 4

애슐리 비커튼은 회화적인 성향과 함께 산업적인 소재, 3차원의 비예술적 재료들과 같은 아상블라쥬 형식을 통해 개인적인 경험과 관심에서 비롯된 그의 작품은 원시 부족문화와 도시문화 사이의 이질적인 경계를 넘어서는 기묘하고 개성적인 작품의 특징을 지닌다.

 

3. 소비사회 이미지 차용 작품의 특징

 

리처드 프린스와 애슐리 비커튼은 기존의 차용 미술가들과 달리 차용의 대상을 미술 외부의 영역에서 찾아 작품의 의미를 현대사회의 맥락에 적용하였다. 이들은 후기 자본주의 소비사회에서 통용되는 미디어 속 광고, 대형 기업의 브랜드,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기호 등을 차용하며, 우리에게 익숙한 잡지 광고 혹은 상품 같은 모습을 보인다. 독창성과 순수성을 강조했던 모더니즘 미술의 정체성과 정반대의 전략을 취하는 것이다.

또한 이들은 예술이 현대 사회의 상품과 미디어 속 광고 이미지에 잠식된 모습을 잘 나타내고 있다. 이는 아방가르드 미술을 성역으로 지키고자 했던 모더니스트들의 불가능한 상황 보여준다. 한편 그 외양이 전혀 다름에도, 소비사회 이미지를 차용한 이들은 다른 미술사 내의 차용 작가들과 동일한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후기 자본주의 사회에서 당대 가장 영향력 있는 소비사회 이미지를 선택해 작품에 도입했다는 것이다. 5이렇게 예술전략의 도구가 된 후기 자본주의 시대의 소비사회 이미지는 잘라지고 변형되어 상업화된 자본주의 사회를 비판하기도 하며, 당대 사회가 인식하고 있는 스테레오 타입의 생각을 만들어 내는 요소로 대변되기도 한다.

 

1) 사회비판적 요소

 

프린스의 초기 작품은 잡지광고에서 반복되어 나타나는 포즈나 화면 구성을 강조하여 한 화면에 편집하는 방식이었다. 이를 통해 이면속에 감추어져 있었던 요소가 새로운 문맥 속에서 드러나게 된다. 이를 통해 당대 사람들은 자신들을 둘러싸고 있는 소비사회 이미지를 다시 바라보며, 프린스가 느낀 광고의 이질감을 깨닫게 한다. 이것이 바로 리처드 프린스의 리포토그래피의 주요 전략이다.

관람자들은 자신들에게 익숙한 전형적인 광고 이미지를 프린스의 작품을 통해 다시 바라봄으로써 다른 의미를 전달받게 된다. “제리 살츠(Jerry Saltz)는 이러한 전형적 이미지의 다시 바라봄에 대해 대중을 유혹하고 속이기 위해 이미지가 조정될 수 있을 뿐 아니라 그러한 목적을 가지고 반복되는 이미지가 우리의 인식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깨닫게 되는 것”이라고 하였다. 6

리처드 프린스가 1977년 발표한 「무제-거실들(Untitled-living rooms)」 작품은 뉴욕 타임즈(New York Times) 잡지에 기재된 더블유 앤 제이슬론(W&J Sloane) 가구회사의 각기 다른 4개의 광고사진을 모아 문구를 삭제하고 배열한 뒤 프린스가 재촬영한 이미지로 4컷이 한 화면에 위치하고 있다. 재촬영된 4장의 이미지는 가구 배치나 구도가 비슷하고 액자나 화분 등의 인테리어 소품들이 반복해서 사용되고 있다.

리처드 프린스는 이 작업에서 “매끈한 상업이미지가 발산하는 매력과 그것의 진부한 재현방식 사이에서 혼란스러웠고, 그 연유를 파악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 말하며, 사람들의 욕망을 자극해야 하는 광고가 유사한 재현방식으로 반복되고 지루한 복제 이미지라는 것을 깨달은 프린스는, 대중문화에서 작품의 소재를 가져와 원래의 광고 내용을 변질시키며 재촬영 기법을 이용하여 새롭고 참신한 하나의 복제된 코드를 만들어 낸다. 7

프린스의 이 작품은 명품광고를 리포토그래피하여 미술의 필수적 가치였던 원본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였으며, 미디어에 의해 허구적이고 비현실적인 의미가 무한대로 복제되는 현대사회를 반영하고 있다.

그는 2007년 구겐하임 미술관(Guggenheim Museum)에서의 회고전에서 <무제-거실들>를 언급하며 리포토그래피(Rephotography)의 작업동기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그것은 내 거실이 아니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그것이 그 누구의 거실도 아니었다는 점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나는 광고이미지를 리포토그래피하기 시작했는데, 그것은 작가 없이 이미 정렬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과다조정된(overdeterminated) 것으로, 기저에 이름조차 드러내지 않았다.” 8

 

이처럼 프린스의 주된 차용 기법인 리포토그래피의 시작은 광고사진 속 거실의 이미지가 이상과는 동떨어진 비현실적인 모습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리포토그래피의 목적이 소비사회 이미지들의 비현실성, 즉 물질만능주의에 대한 비판의 서문이었다. 이러한 프린스의 작업은 소비자로 하여금 새로운 공간에서의 욕망을 불러일으키고, 상품을 소비하면 보는이로 하여금 광고 속 허상과 같이 될 수 있다는 환상을 무의식 속에 인식시키는 광고 전략을 노출한다. 어빙 샌들러(Irving Sandler)는 이러한 그의 작업이 “광고의 전형적인 포즈와 반복적 전략이 소비 사회에서 착취적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음을 폭로한다”고 분석한 바 있다. 9

이러한 현대 광고의 특성을 추적하는 프린스의 작업은 「무제-레이블(Untitled-Label), 1977」, 「무제-다른 방향들을 바라보는 한 명의 남자(Untitled-four single men with interchangeable backgrounds looking to the right), 1978」, 「무제-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세 명의 여자들(Untitled–three women looking in the same direction), 1980」등의 작품에서 지속되었다. 이와 같은 나열작업은 상업이미지에 대한 프린스의 개인적인 매혹을 드러냄과 동시에 비판적 태도를 담아내는데, 익숙하고 일회적인 상업 이미지들을 한 화면에 담아내는 프린스의 리포토그래피 작품은 소비사회의 은폐된 상업전략을 재고하는 동시에 소비사회의 물신주의를 시각화하는 것이다.

리처드 프린스의 해체작업은 주체를 백인남성으로 상정해온 가부장적 모더니즘에 대한 비판 작업에서 본격화되었다. 이에 따라 프린스의 작업은 광고적 형식에서 광고적 주제로 의미가 확장된다. 1978년 제작된 「무제-보석, 시계, 그리고 포켓북」 작품은 여성고객을 타겟으로 한 각각의 광고사진을 리포토그래피 한 작품이다. 10

이 작품은 숲속에 놓인 고급 잡화라는 개연성 없는 연출을 통하여 여성을 자연에 비유하는 고전적 젠더 스테레오타입을 노출한다. 즉 이 광고들은 여성을 모두 여성은 생물학적 역할을 하는 자, 자연을 대변하는 이미지, 종속의 상징이라고 믿어온 당대 사회의 가부장적 신념에 충실한 시각적 예시를 보여주고 있다.

이는 전통적 사회 속에서 형성된 젠더 스테레오타입이 오늘날 영향력 있는 소비사회 이미지에서도 여전히 재현되고 재생산되며, 그것이 대중의 무의식에 주입되어 외곡된 생각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한편 1979년 제작된 무제-펜들 작업 또한 불합리한 성차구조를 확연히 드러내고 있다. 사선으로 배치되어 있는 펜과 라이터의 이미지는 백인 중산층 남성을 대상으로 하여 도시적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이미지는 자연을 여성성의 이미지로 고찰한 이전의 리포토그래피와 대비되어 남성과 여성, 문화와 자연, 지배와 피지배라는 모더니즘의 이분법적 구분을 잘 보여주고 있다.

즉 프린스의 리포토그래피는 모더니즘의 가부장적 위계를 강조하며, 그것이 지지해온 남성 주체의 원본성 신화를 전복한다. 그의 리포토그래피는 미술 역시 복제된 기호로서, 보는 형태가 아닌 정치 사회적 맥락을 구성하는 권력의 텍스트로 읽어내고 있다. 11

20대 중반까지 캘리포니아에서 살았던 비커튼은 자신의 작업이 서핑보드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라 밝힌 바 있다. 후원 기업 이름이 크게 전사된 서핑보드를 보고 즉 기업의 로고가 하나의 표현형식이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를 통해 비커튼은 당대 미국사회가 광고에 의해 식민지화되었으며, 그러한 상황은 예술계도 예외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는 그러한 현실을 드러내기 위해 광고의 전략을 차용하는데, ‘수지(SUSIE)’와 ‘컬처-럭스(CULTURE-LUX)’를 자신의 고유로고로, ‘최고의 관능적, 지적 경험(THE BEST IN SENSORY AND INTELLECTUAL EXPERIENCES)’을 모토로 내세워 이를 작가의 서명으로 사용했다. 이처럼 상업적인 전략을 철저히 반영하는 태도는 예술가로서의 정체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장르로 간주되는 자화상에서도 어김없이 드러난다.

슐리 비커튼은 1980년대 후반에 발표한 작업들에서 기존의 로고나 기호를 차용함과 동시에 회화의 물리적 조건들을 초실재화(hyperrealization)함으로써 스스로의 상품성을 부각시키는 전략을 취했다. 모더니즘 미술에서 작가의 독창적인 비전이 펼쳐지는장(場)으로 간주되던 화면은 비커튼에 의해 당대 많이 사용되고 있는 로고나 기호들로 채워진다. 스스로가 상품이자 실체 없는 기호임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상품적 지위는 기존 예술품의 필요조건들을 극단적으로 과장하는 과정에서 더욱 강화된다. 20대 중반까지 캘리포니아에서 살았던 비커튼은 자신의 작업이 서핑보드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라 밝힌 바 있다.

이처럼 상업적인 전략을 철저히 반영하는 태도는 예술가로서의 정체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장르로 간주되는 자화상에서도 어김없이 드러난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본 반 고흐(Van Gogh)의 자화상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하게 되었다는「고통 받는 자화상(Pain Self Portrait)」은 사실 바이에르(Bayer) 아스피린, 캘리포니아 미술학교, 「서퍼(Surfer)」, 「빌리지보이스(Village Voice)」, 시티은행, 말보로 담배 등 그가 사용하는 상품이나 그와 관련된 제도의 로고들이 집적된 거대 광고판에 불과하다.

예술가로서 스스로의 정체성을 고백할 때에도 자신이 소비하는 상품의 로고를 빌려오는 그의 전략은 오늘날의 소비문화를 지배하는 것은 물질 자체가 아니라 기호 가치라 말한 보드리아르의 주장이 극단화된 현실을 증거한다. 「고통 받는자화상」은 그 제작의도와 물리적 조건뿐 아니라 제작 방식에서도 상업적 전략을 따르고 있는데, 비커튼은 그의 작업에 로고를 포함시켜주는 대가로 각 기업으로부터 일정 금액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2) 차용 이미지의 기호화

 

애슐리 비커튼은 일상의 경험과 유리된 미술을 지향했던 모더니스트들과 달리 그는 문화적인 기호들에 전적으로 의존함으로써 그의 작품이 당대 사회의 문맥 속에서 해석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한다. 그 예로 들 수 있는 「대중을 위한 추상화(abstract Painting for People#4)」는 당대사회에서 각각 긍정적, 부정적으로 통용되는 문화적 기호들을 한데 모아 재배열한 작업이다. 12 긍정적 기호에는 하트문양, ‘자유’라는 글자, 휴식이나 레저 등을 의미하는 기호 등이 포함되어 있고 부정적 기호에는 총, 칼, 해골문양 등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 기호들은 대체로 모든 문화권에서 그 의미가 비슷하게 통용된다.

그러나 긍정적인 기호에 십자가, 유대의 별, 미국 대통령 문장 등이 포함된 반면 부정적인 기호에 낫과 망치가 교차된 소비에트연방(혹은 공산주의)의 상징이 포함된 데서 드러나듯이, 그러한 분류에 특정 종교나 이데올로기에 대한 편향성이 개입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좋은 회화」에는 달러문양과 ‘새로운’이라는 기호화된 글자가 포함되어 있는데 이는 후기 자본주의 사회의 소비지향적 문화에 대한 당대 미국 사회의 우호적인 태도를 암시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13

이처럼 그가 보여주는 모든 전략은 모더니즘 미술이 지향하는 바와 전적으로 대치된다. 어떠한 이데올로기로 부터도 자유로운 예술을 추구하던 모더니즘의 이상적 작가상과 반대로, 비커튼은 자본과 기업의 논리를 적극적으로 이용했을 뿐 아니라 특정 종교나 이데올로기에 대한 편향성을 드러내는 것을 서슴지 않았다.

1980년부터 프린스는 연작의 형식으로 작업을 전개하였다. 한 가지 주제 하에 끝없이 나열한 그의 연작들은 미술에서 억제되었던 반복의 측면을 더욱 강조하였다. 그중 1989년 제작된 「카우보이(Cawboy)」 작품은 광고의 역사상 가장 성공적 사례로 꼽히는 필립모리스(Phillips Morris)사의 말보로 카우보이 광고시리즈를 재촬영한 리포토그래피 연작이다. 1949년 필립모리스는 미국사회에서 백인 남성의 상징으로 우상화된 카우보이 모델을
리처드프린스 「무제-카우보이(Untitled-Cowboy)」 1989. 181.5×271.5cm
내새워 광고를 제작하였고, 그 결과 말보로는 뉴욕 제1의 브랜드로 나아가 세계시장 점유율이 가장 높은 브랜드로 부상시켰다. 이를 재촬영한 프린스 작품역시 2005년 뉴욕에서 진행된 크리스티 경매에서 최고가 사진작품으로 거래되며 큰 주목을 받게 하는 작품이 되기도 하였다.

이 작업을 통해 프린스는 카우보이 도상에 집중하며 ‘영웅상’을 소비하는 미국사회의 이미지 소통 메커니즘을 재점검하고, 그것의 허구성을 노출하고자 하였다. 19세기 서부개척시대 이후부터 카우보이 도상은 개인주의의 표본으로서 자유와 젊음, 고독의 가치가 독립전쟁으로 영토를 확보한 미국사회가 필요로 한 영웅으로 이상적 남성상과 동일시되어 왔다. 이에 대하여 프린스는 ‘말보로맨(Marlboro man)’ 즉 말보로 광고속의 카우보이를 재촬영하여 그것이 사회적 스테레오타입에 의거하여 조작된 기표 없는 허구적 아이콘임을 노출한다.

1990년대에 세 명의 말보로맨 모델들이 모두 폐암으로 사망하였듯이, ‘건강한 흡연자’라는 모순을 안고 시작한 말보로맨의 성공신화는 결국 실재가 아닌 이상화된 이미지를 소비하길 원하는 대중의 심리와 이를 충족시키고 통제하고자한 공급자가 만들어낸 원본 없는 신화임을 드러내는 것이다.

카우보이 연작에 대응물로서 1993년 제작된 「무제-여자친구(Untitled-girlfriends)」 시리즈는 오토바이 동호회 멤버들과 같은 일반 독자들이 이지라이더(Easy Rider), 아이언 호스(Iron Horse) 같은 오토바이 전문 잡지에 기고한 사진을 이용한 작품이다. 미국의 대중적 오토바이 전문잡지를 다시 찍은 이 작품은 오토바이를 배경으로 한 반라의 여자 친구들이 등장한다. 사진의 등장하는 오토바이는 미국 젊은 남성들의 자유로움이나 강인함의 이미지를 대변하는 할리 데이비슨과 같은 종류의 오토바이가 등장한다.

이러한 오토바이를 타는 남성들은 강인하고 과장스러운 오토바이의 외형과 엔진의 소리, 힘에 의해 표출되는 여러 가지 효과를 통해 자신의 강인한 남성성, 자유로움 등의 남성적 관념을 갖고 자신의 이미지를 만들고 싶어 한다. 또한 강인한 남성상을 강조하기 위하여 그들은 강인한 이미지와 반대되는 도구를 활용하는데, 그 도구는 사진에 등장하는 여성들이다. 남성성은 여성성이 존재해야만 그 의미가 드러나는 상대적인 개념이기에, 이들은 상의를 벗어 던진 여성의 상징적 몸의 곡선을 이용하여 이를 단단한 오토바이와 대비시키며 강인한 남성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그러나 리처드 프린스는 사진이라는 매체로 인해, 사진을 찍은 오토바이 동호회 멤버들과 등장하는 여성들이 본래 자신들이 드러내고 싶었던 본질적 이미지에서 기이하게 벗어나고 있음을 포착한다. 그는 잡지 안에 있는 이 기이함을 재촬영하여 편집하는데, 이는 다른 사람이 촬영한 사진을 이용한다는 의미보다는 사진에 담겨있는 그 기이함이 하나의 대상이 되는 방식이다.

이렇게 현실과 소비사회 이미지 사이의 괴리를 시각화한 이 작업은 프린스에의 하면 “스스로 보이길 바라는 방식과 실제 모습 간의 차이, 즉 이상과 실재 간의 간극을 나타내고자”한 것이다. 곧 프린스의 작업은 현실의 일부로 받아 들여져온 잡지의 이미지가 사실은 고도로 조작된 시뮬라크르이며, 그것 이 일반대중의 인식체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여 깊숙이 자리하고 있음을 말하고 있다.

프린스가 미술계 안팎에서 주목받게 된 것은 카우보이가 등장하는 말보로 담배광고를 재촬영하기 시작한 1977년부터이다. 그는 이 연작에서 주로 하나의 광고 이미지를 확대, 크로핑하는 재촬영기법을 통해 차용대상과 거의 동일한 이미지를 재생산해냈는데, 이 작업은 예술로서의 사진의 정체성 추구 논란뿐 아니라 저작권 문제를 야기함으로써 평단과 언론의 이목을 동시에 집중시켰다.

그러나 그의 의도는 기존의 것을 그대로 차용한다는 방식의 급진성에만 있지 않다. 어빙 샌들러는 프린스가 말보로 광고 뒤에 은폐된 전략을 재촬영을 통해 폭로하고 있음을 간파했다. 그는 특히 프린스가 재촬영한 사회・문화적 스테레오타입과 그것을 만들어낸 당대 미국사회의 정신 간의 긴밀한 연관성에 주목했다. 말보로 광고 속에 등장하는 카우보이는 전형적인 ‘미국적’ 카우보이의 스테레오타입을 그대로 따른다. 14

주로 광활한 서부 사막지대를 배경으로, 말을 탄 강인하고 고독한 남성으로 그려지는 카우보이는 이미 미디어를 통해 강인한 개인주의의 표본으로서 미국사회의 이상적인 남성상으로 주입되어 왔다. 15말보로 담배는 이러한 스테레오타입을 자신들의 상품이미지에 연결시키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데, 프린스는 이를 재촬영함으로써 그러한 배후관계를 보여준다.

확대와 크로핑을 통해 흐려지고 어색해진 말보로 광고 속 카우보이는 그 이전의 광고가 자연스레 연상시키던 등식, 즉 이상적 미국남성상-카우보이-말보로 담배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끊어낸다. 16말보로 담배광고가 카우보이 이미지에 덧씌워진 ‘이상적 미국남성상’이라는 스테레오타입에 기생하고 있음을, 그러므로 그러한 연상작용은 허구임을 드러내는 것이다. 17

 

4. 맺음말

 

리처드 프린스와 애슐리 비커튼은 후기 자본주의 소비사회에서 통용되는 광고 이미지, 기업의 로고, 문화적인 기호들을 소재로 차용 작업을 진행하였다. 이들은 이러한 소비사회 이미지가 당대 시점에서 대중에게 가장 영향력 있는 이미지임을 인식하며, 차용의 대상을 미술영역 바깥으로 확장하였다. 이러한 차용 방식은 미술사의 측면에서는 모더니즘의 순수성의 신화를 해체하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들은 광고 이미지와 상품로고가 미술사 거장의 작품 이미지만큼이나 대중에게 강력한 힘을 갖고 있음을 깨닫고 당대 사회의 모습을 대변하는 도구로 보았다.

이러한 내용은 이들의 차용 전략에서 잘 나타난다. 리처드 프린스는 1976년 타임 라이프지의 티어 시트 부서에서 일하며, 잡지의 기사를 수집하는 업무를 하였다. 이러한 반복된 업무 속에서 프린스는 상업 광고 이미지들의 반복성과 시각적 기호화 등에 이질감을 느끼게 되었고, 사람들의 욕망과 환상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유사한 재현 방식으로 대중을 현혹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이처럼 프린스가 소비사회 이미지를 리포토그래피하게 된 계기는 미술사 적으로 모더니즘의 순수성의 신화에 반발하여 해체하고자 했던 열망이 아니었다. 당대 가장 영향력 있는 소비사회 이미지가 사회를 가리고 있는 모습에서 이질감을 느끼며, 대중을 현혹하고 있는 깨달음이 그를 차용 작업으로 이끌게 한 것이다.

이러한 내용은 「무제, 거실들(Untitled, living rooms) 」 작품의 작업 동기에 대한 인터뷰에서 더욱 잘 나타난다.

 

    “그것은 내 거실이 아니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그것이 그 누구의 거실도 아니었다는 점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나는 광고이미지를 리포토그래피하기 시작했는데, 그것은 작가 없이 이미 정렬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과다조정된(overdeterminated) 것으로, 기저에 이름조차 드러내지 않았다.” 18

 

2007년 구겐하임 미술관의 리처드 프린스의 회고전에서 밝힌 인터뷰 내용과 같이 차용 기법과 대상의 선정이 모더니즘에 대한 반발심이 아니었음을 말하고 있다. 물론 프린스가 당대 뉴욕에서 성행하던 포스트모더니즘을 영향 받지 않았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소비사회 이미지 차용 작품이 말하고 있는 사회의 모습의 중요성을 잘 보여준다.

애슐리 비커튼은 차용 대상에 있어 소비사회 이미지, 대기업의 브랜드, 산업재료 등을 이용하였다. 또한 자신을 수지라고 브랜드화 시키며, 문신만을주의의 당대 사회의 모습을 꼬집어 보여주기도 한다. 이러한 차용 대상 선정에 있어 비커튼 또한 사회적 이면을 보여주기 위한 차용 전략의 모습을 보여준다. 물론 비커튼은 「고통받는 자화상, 수지, 아를」 작품에서 아를이라는 빈센트 반 고흐가 자화상 작품을 창조한 도시명을 언급하고 있다. 이는 비커튼의 차용 대상이 미술 외부의 대상 뿐만 아닌 미술 내부, 즉 미술사적 거장의 작품에서도 차용하였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비커튼은 차용 대상을 미술 내외부를 넘나드는 모습을 보인다. 작품 소재 또한 대량생산된 산업적인 소재부터 폐기물, 3차원의 비 예술적 재료들을 사용하며, 아쌍블라주적인 차용 기업을 보인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리처드 프린스와 애슐리 비커튼의 차용 기법에서는 사회의 이면을 나타내기 위한 의도가 담겨있다. 이들의 작품에서는 모더니즘의 해체 뿐만 아닌 사회 비판적인 특징을 갖고 있다. 리처드 프린스는 광고 이미지 혹은 잡지사진의 리포토그래피를 통해 대중을 현혹하는 소비사회 이미지에 대한 지각을 바꾸고자 하였다.

즉 프린스가 차용하여 만든 작품에서는 광고를 보는 소비자로 하여금 욕망을 불러일으키고, 상품을 소비함으로써 그들 역시 광고 속의 부르주아와 같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무의식 속에 주입하는 광고의 전형적인 전략을 노출한다. 이처럼 프린스는 소비사회의 은폐된 상업전략과 소비사회의 물신주의를 시각화하여 비판 하고 있다.

애슐리 비커튼 또한 대기업의 브랜드를 집합한 거대한 광고판 같은 자화상 작품을 제작하며, 소비재 속에 지배되어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여준다. 역설적이게도 비커튼의 작품에 로고를 넣음으로서 기업에게 일종의 광고비를 받기도 하였다. 이는 자본주의적 전략을 비꼬아 예술적 맥락에 대입한 비커튼의 예술전략이기도 하다.

리처드 프린스와 애슐리 비커튼의 작업을 통해 관람자들은 전형적 소비사회 이미지를 다시 바라보게 된다. 또한 대중을 유혹하고 속이기 위해 이미지가 고도의 전략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반복되어 사회 곳곳에서 노출되는 소비사회 이미지가 우리의 인식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깨닫게 만들어 준다.

또한 리처드 프린스와 애슐리 비커튼의 작품에서는 반복되고 만연한 소비사회 이미지가 만들어 내는 스테레오 타입을 강조하여 보여주고 있다. 프린스는 「카우보이」 시리즈를 통해 카우보이를 영웅으로 생각하며, 추앙하는 미국 사회의 이미지 소통 매커니즘을 강조한다. 그러나 말보로 광고에 모델이 모두 폐암으로 사망하였듯이 미국인들의 영웅상은 하나의 기업이 만들어낸 원본 없는 신화임을 보여준다. 즉 말보로 맨은 소비사회 이미지가 만들어 낸 스테레오타입에 허구적인 우상임을 말하고 있다.

이러한 소비사회 이미지의 기호화는 1993년 「무제-여자친구(Untitled-girlfriends)」 시리즈를 통해 더욱 강조된다. 프린스는 남성 잡지에 자주 등장하는 오토비이와 그 위에서 상의를 벗어 던진 여성의 모습을 리포토그래피 하며, 남성성이 강조되기 위하여 여성성이 존재하는 왜곡된 스테레오 타입을 강조한다. 미디어에서 자주 등장하는 이미지와 현실의 간극을 보여주고 있다.

애슐리 비커튼은 「대중을 위한 추상화」 시리즈를 통해 세계적으로 소통이 가능한 기호들을 자신의 작품에 도입하며, 특정 이데올로기에 편향된 스테레오 타입을 강조하고 있다. 작품에서는 긍정정 기호와 부정적 기호가 뒤섞여 나타나고 있다. 긍정적 기호에는 십자가, 유대의 별 등이 있으며, 부정적 기호에는 공산주의의 상징이 등장한다. 이러한 상징이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것은 많은 소비사회 이미지 속에서 반복되어 나타나는 기호화된 상징들이 일부 종교나 이데올로기에 대한 편향적인 모습이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이처럼 애슐리 비커튼과 리처드 프린스는 소비사회 이미지의 스테레오 타입을 강조하며, 전 지구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는 매스미디어 이미지는 조작된 시뮬라크르크 이며, 대중의 스테레오타입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말하고 있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리처드 프린스와 애슐리 비커튼은 소비사회 이미지를 차용함으로써 사회 이면에 가려진 소비 물신주의를 비판하며, 영향력 있는 매스미디어의 이미지가 만들어 내는 스테레오 타입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들의 대담한 차용 작업은 미술계 내외부에서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창조력이 바닥난 개인의 무기력한 복제물로 비난받기도 했다. 그러나 리처드 프린스와 애슐리 비커튼의 차용미술은 레디메이드를 통하여 새로운 미술의 방향을 제시한 뒤샹의 의도를 되살리면서 미술의 다양한 가능성을 제시하고 무비판적으로 수용되어온 현 사회의 현실을 드러내는 의미 있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참고문헌

 

․ Ashley Bickerton, Ashley Bickerton : Americanprayer, Publishers Group UK, 2011

․ Bright Susan, Art Photograph Now, Distributed Art Pub Inc, 2007

․ Carl Andre, A Note on Bernhard and Hilla Becher, Artforum, 1992. 12

․ Costello, Diarmuid, Iversen, Margaret, Introduction : Photography after conceptual Art Arthistory, Wiley‐Blackwell, 2009

․ Donna M. De Salvo, Cecil Balmond, Richard Prince, Marsyas, Tate Pub, London, 2002

․ Homi K. Bhabha, Richard Prince, Flammarion, Paris, 2011

․ Lisa Philips, People Keep Asking: An Introduction Richard Prince,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1992

․ Larry Clark, interview Richard Prince,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1992

․ Mark Coetzee, American Dream: Collecting Richard Prince for 27 years, Rubell Family Collection, 2004

․ Marc Freidus, Typologies : nine contemporary photographers, Newport Harbor Art Museum, 1991

․ Marc Freidus, Lack of Faith, Richard Prince, PARKETT No. 28, 1991

․ Nicholas Baume, Richard Prince : past, present, future, Institute of Contemporary Art Cambridge, 2008

․ Rosetta Brooks, Spiritual America: No Holds Barred Richard Prince,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1992

․ Richard Phillips, Ashley Bickerton, Journal of C onte mporary Art 2, 1989

 
 
[Abstract]Study of ‘advertisement image’ appropriation ” by Richard Prince and Ashley Bickerton
 

This paper analyzes the characteristics of images imitating consumerism by Richard Prince and Ashley Bickerton in the 1980s. Appropriation techniques in art use existing images and objects in their own works. This is an art technique that has been widely used in the work of postmodern photographers and Simulationism artists. Artists who use borrowing strategies in postmodern art can classify borrowing objects as cases where they are found inside of arts and those that are found outside.

Among the leading artists who found objects to borrow from within the arts are Sherrie Levine and Peter Halley. Sherrie Levine appropriated the work of a master photographer of modernism. Peter Halley appropriated the abstraction style. They borrow modernist art works and forms, and they can be called meta arts because they talk about art through art.

Unlike the authors described earlier, Richard Prince and Ashley Bickerton extend the subject of imitation beyond the art realm. They borrowed the most influential images of the public in their works from advertising images, corporate logos, and cultural symbols used in the post-capitalist consumer society. In other words, in the post-capitalist era, he realized that advertising images and product logos had as strong power as art master’s images, and introduced their copycat strategies into the context of consumer society.

Appropriation artists share the same style, but the contents are diverse. Such diversity is understood to be because postmodern theory embraces pluralism. Richard Prince and Ashley Bee Curtain are different from the other appropriation artists. They found imitation objects from outside the arts, and actively dismantled the myth of modernism by introducing the image of consumer society into artistic strategy.

They borrow the image of a consumer society, not only overthrowing the myth of originality and purity that modernism seeks to art, but also maximizing the appearance hidden in capitalism in the light of modern society in art.

e appearance hidden in capitalism in the light of modern society in art.
Therefore, in this study, we are going to analyze the characteristics of the works used for the consumer society image of Richard Prince and Ashley Bickerton and derive the artistic historical signific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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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s:

  1. 경희대학교 일반대학원 미술학과 미술평론경영 전공 석사 수료
  2. Lisa Philips, People Keep Asking: An Introduction Richard Prince, p.45,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1992
  3. Ashley Bickerton, Ashley Bickerton : Americanprayer, pp. 67-71, Publishers Group UK, 2011
  4. Costello, Diarmuid, Iversen, Margaet, Introduction : Photography after conceptual Art Arthistory, p.158, Wiley-Blackwell, 2009
  5. Rosetta Brooks, Spiritual America: No Holds Barred Richard Prince, p.181,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1992
  6. Bright Susan, Art Photograph Now, PP. 56-61, Distributed Art Pub Inc, 2007
  7. Rosetta Brooks, Spiritual America: No Holds Barred Richard Prince, p.112,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1992
  8. 2007년 구겐하임 미술관 회고전 리처드 프린스 인터뷰. http://www.guggenheim.org/new-york
  9. Larry Clark, interview Richard Prince, p.37,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1992
  10. Rosetta Brooks, Spiritual America: No Holds Barred Richard Prince, p.137,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1992
  11. Lisa Philips, People Keep Asking: An Introduction Richard Prince, p.58,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1992
  12. Homi K. Bhabha, Richard Prince, p.45, Flammarion, Paris, 2011
  13. Mark Coetzee, American Dream : Collecting Richard Prince for 27 years, p.54, Rubell Family Collectin, 2004
  14. Marc Freidus, Lack of Faith Richard Prince, p.51, PARETT NO. 28, 1991
  15. Mark Coetzee, American Dream: Collecting Richard Prince for 27 years, p.77, Rubell Family Collection, 2004
  16. Homi K. Bhabha, Richard Prince, pp.15-18, Flammarion, Paris, 2011
  17. Mark Coetzee, American Dream: Collecting Richard Prince for 27 years, p.68, Rubell Family Collection, 2004
  18. 2007년 구겐하임 미술관 회고전 리처드 프린스 인터뷰. http://www.guggenheim.org/new-y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