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 작품에 나타난 한글 및 한자 텍스트 경향 및 특징 연구

제10호 《Art Pavilion》수록. 2019년 11월 발행
 
윤슬채 1
 
1. 머리말
2. 백남준 작품에 나타난 한글 및 한자 텍스트의 경향

    1) 캐릭터와의 결합
    2) 아이콘 도상과 내러티브
    3) 즉흥 · 해학의 요소

3. 백남준 작품에 나타난 한글 및 한자 텍스트의 특징
4. 맺음말
 
 

1. 머리말

 

본 논문은 파격적인 퍼포먼스와 미디어 매체를 통해 전위적 예술을 선보였던 백남준이 한글 및 한자 텍스트 요소를 어떻게 상정하고, 작품에 활용했는지를 연구하는데 목적이 있다. 따라서 백남준이 작품에 한글과 한자 텍스트를 사용하게 된 배경과 그러한 작품에 나타난 텍스트 경향을 연구하고자 한다.

백남준은 이중적인 정체성을 지녔으며 코스모폴리탄 작가로서 복합성과 탈장르를 추구했던 그의 작업에서는 예술과 기술 혹은 고급예술과 대중예술, 예술과 유흥의 이분법 등의 소재들을 찾아볼 수 있다. 백남준의 예술은 복합적인 동시에 해체적이고 혼성적이다. 경계를 초월하는 백남준의 인식론적·존재론적 이중성은 그를 포스트모던한 작가라 칭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작품 양식이나 형식, 내용과 주제 등 모든 면이 포스트모더니즘과 깊은 연관성을 지니는 것이다. 때문에 백남준 연구의 대부분은 매체사용이나 작품 기저에 나타나는 전통사상과 동양성을 중심으로 진행되어왔다.

본 연구자가 연구하고자 하는 백남준의 작품 속 한글 및 한자 텍스트 요소 경향 연구는 작가의 민족적 언어관을 드러내는 중요한 사료가 된다고 할 수 있다. 이에 선행연구로는 학술 논문으로 신방흔의〈글쓰기적 그리기/ 추사와 백남준의 글씨그림〉 2, 김영나의〈초국적 정체성 만들기, 백남준과 이우환〉 3이 있다. 백남준은 50여 년간 한글과 한자 텍스트를 내용적, 시각적으로 다양하게 활용해오면서 백남준은 한글에 대한 경직성을 타파하고 편리품으로의 가치 중립적 언어 기능을 강조하면서 4 적극적인 자국 언어 활용을 주장했다. 그는 이성주의와 합리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서구사상을 비판하기 위해 도교적 무작위나 주역과 같은 동양 고전 사상을 활용했다. 예술적 응용을 통해 해체주의 포스트모더니즘을 수행한 것이었다. 사상뿐 아니라 첨단화된 서양의 기술과 동양적 고전을 결합하여 서구적 가치를 상대화하고 동양과 서양의 양면 가치를 획득했다. 5

또한, 작가는 작품활동의 기간 내내 공개적으로 여러 차례 애국심을 강조하는 동시에 ‘민족주의’를 경계하길 당부했다. 수차례 본인이 ‘세계주의자’ 혹은 ‘국제주의자’라고 칭하면서 한국에 대한 애정은 직접 발설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성공을 통해 한국을 선전하는 것’이라 말했다. 6 이처럼 작가는 고유한 민족적 특색을 잃지 않으면서도 동시대성을 놓치지 않았다. 백남준의 거대한 작품세계를 ‘한국적 정체성’의 맥락에서 살펴보는 일은 한없이 편협한 시각일지 모르지만, 작가가 유소년기를 보냈던 한국에서의 시간이 평생의 작품활동을 가능하게 한 원동력이 되었던 것은 사실이다. 작가는 한국에서의 인터뷰에서 종종 “날 자꾸만 서양에서 다 배운 사람인 줄 아는데, 난 사실 내 인생을 결정지은 사상이나 예술의 바탕은 이미 내가 한국을 떠나기 전 한국에서 모두 흡수한 것”이라고 강조하였다.

이처럼 백남준은 자신이 일본이나 독일에 가서 공부하는 바탕은 한국에서 이미 만들어졌으며, 단지 “내가 내 속에 가지고 있었던 전통문화하고 서양의 아방가르드가 결국 비슷한 거란 것을 내가 나중에 발견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7 때문에, 백남준 작품에 나타난 한글과 한자 텍스트 경향을 살펴보는 일은 작가 자국의 텍스트 정체성을 어떻게 활용했는지 알아볼 수 있다는 데 가장 큰 의의가 있다. 또한, 그 특징을 도출하여 미술사적 가치를 재조명하고자 한다. 연구 방법은 백남준의 도록과 전시 도록을 비롯한 학술지 논문, 단행본 등을 참고했다.

 

2. 백남준 작품에 나타난 한글 및 한자 텍스트의 경향

 

백남준이 자국의 독창적인 언어 활용을 강조했던 것은 작가의 성장배경에 그 원인이 있다고 여겨진다. 백남준은 유·소년기 당시, 어지러운 국내정세에도 불구하고 유복한 집안에서 한국과 홍콩을 오가며 자랐다. 성인이 된 이후에는 일본과 독일에서 수학했다. 작품활동은 본격적으로 유럽, 미국에서 시작하였으며 이곳에서 주요 업적들을 이루었다. 이미 1960년대부터 지구촌 예술가로서의 길을 닦기 시작했던 작가는 당시에 자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 대한 문화적 구조와 이해관계를 객관적으로 파악했다. “예술은 보편성이 아니다. 텃세다”와 같은 지적을 통해 유럽 백인 중심의 당시 사회, 그리스적 사유와 히브리적 사유가 팽배한 문예의 세계를 탈 영토화하고 낯선 문화의 ‘제국’을 출현시키기 위해 힘썼다. 8 백남준은 끊임없이 고국에 대한 기억과 환상을 간직한 채 조국을 주제로 하는 작품들을 선보였다. 그가 작품 속에서 텍스트를 어떠한 방식으로 사용했는지를 알아보기 이전에 작가 본인이 한글과 한자와 같은 텍스트 요소들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했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자신이 속한, 그러나 결코 속할 수 없는 장소에서 인종적·국가적 타자의 입장에 처하게 되고 모국으로의 회귀 불가능성을 인식하는 작가 백남준에게 ‘한국’은 상실의 기표이자 부재의 공간으로 작용한다. 9 이런 작가에게 한국이란 회귀의 장소이자 욕망의 기표였기 때문이다.

일본의 제국주의로 인해 식민통치를 당했던 시기인 1932년, 백남준은 재벌가 집안 막내로 태어나고 자랐다. 해방 직후 좌익 사상에 동조하는 학생 행동대원으로 활동하다가 부친의 강제로 홍콩의 외국인 학교 로이덴 스쿨(Royden House School Hong Kong)로 편입하였고, 이듬해 한국전쟁의 발발과 함께 일본으로 떠나 34년 동안 외국에서 활동했다. 이런 사정은 한국 근현대사의 음영을 가르는 백남준 집안의 흥망이 작가의 잠재의식에 새긴 트라우마와 연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10 일본에게 적극적으로 협조했던 대(大) 사업가의 집안 출신의 백남준은 식민지 부르주아 지식인으로서 아놀드 쉔베르크(Arnold Schonberg, 1874-1951)와 칼 마르크스(Karl Heinrich Marx, 1818-1883)를 존경했기 때문에 대단히 분열적인 자아 고민의 연속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쉔베르크와 마르크스 사이에서, 그리고 마르크스주의자와 자본가의 아들이라는 이중성 아래서, 그의 정체성은 크게 동요했을 것이다. 11 이를 짐작할만한 것이 백남준의 아래 필사본 속에서 드러난다.

 

    “행복이냐? 아마… 배반이냐? 아마… 출세주의냐? 아마… 겁쟁이냐? 아마… 우리들의 8·15로 돌아가자. 해방 20년이 다가온다.” 12

 

도쿄대 불문과 재학 시절 백남준과 같은 가마쿠라 지역에 살았던 시부사와 미츠코는 백남준이 자신을 소개할 때, 젊은데도 체제 측과 싸우지 않고 도망쳐 온 것처럼 일본으로 건너온 사실에 대해 매우 부끄럽게 생각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처럼 백남준은 자신의 상황에 대해 끊임없이 되돌아보고, 고민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백남준은 언어의 경직성에서 벗어나는 것이 21세기의 살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머리도 좋고 공부도 많이 해요. 죄는 어문밖에 없어요. 그러니까 모든 어문은 두 가지 기능을 가지고 있어야 해요. 하나는 민족통일의 상징이고, 하나는 필요품, 편리품의 기능입니다. 그리고 편리품으로서의 언어는 가치중립적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언어의 정신적 상징은 강조하면서도 편리품의 기능을 상실했어요. 앞으로는 국가의 독립이나 민족의식의 강약이 중요하지 않아요. 누가 하이테크를 주도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아무리 정신적으로 강해도 무역전에서 패배하면 끝장입니다. 외국 자본 전부 들여와서 나라 송두리째 뺏기면 그만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제 외국의 지식을 빨리 만회하여 그것을 이용한 하이테크를 팔아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렇게 자승자박을 하고 있어요. 이러면 나라의 장래는 없어요.” 13

 

이처럼 백남준은 한글에 대한 경직성을 타파해서 신조어 사용이나 외래어 사용에 반감만을 가지는 태도는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작가의 텍스트에 대한 이해배경을 바탕으로 백남준의 작품 속 한글 및 한자 텍스트 요소가 담긴 작품들의 경향을 분석해보고자 한다.

 

1) 캐릭터와의 결합

 

백남준의 인물 TV조각은 과학과 같은 물질적 기술 발전을 사용하여 인간성의 복원을 표현하고자 했다. 인물 TV조각 시리즈는 일련의 문화적 개체로 인식할 수 있으며, 작가의 작품은 현대사회 속 기술적 요소인 ‘로봇’을 예술의 매체로 포함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그리고 이것은 인간 문화 개념을 확장 시킴과 동시에, 이질적일 수 있는 물질과 인간을 조화롭게 표현했다. 로봇 연작의 큰 특징은 가족 유사성에 있다. 서양과 동양의 위인들을 인종과 젠더, 연령의 차이를 일반화한 채 명명을 통해 각각의 로봇으로 상정할 뿐이다. 작가에게 사실적인 재현은 관심 밖의 일이었으며 로봇이라는 발상 자체가 환상이고 하이퍼리얼할 뿐 아니라, 의태적으로 모방하는 대리 신체를 통해 환유의 차원을 확보했다. 14

백남준은 캐나다의 미디어 이론가이자 문화비평가였던 마셜 맥루언(Marshall McLuhan, 1911-1980)에게 많은 관심이 있었다. 하지만, 미디어의 발전으로 인해 인간 생태계에 미칠 영향을 긍정적으로 예견했던 그의 입장에 백남준은 동의하지 않았다. 전자 텔레비전은 일방적이어서 독재적이고 반민주적이지만, 비디오는 쌍방적이며 일반 대중이 그 미디어 제작 과정에 좀 더 쉽게 참여할 수 있기에 백남준은 비디오를 더 긍정적으로 15 보았기 때문이다. 1964년부터 1970년 초반까지 백남준의 사상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노버트 위너(Norbert Wiener, 1894-1964)의 사이버네틱스는 문명의 발사에서 미디어의 역할을 강조한 맥루언의 생각과 함께 큰 영향을 주었다. 16 그가 인간과 기계 및 기술의 상호작용에 관심을 가지면서 초기 플럭서스(Fluxus) 예술가로서 펼쳐온 전위 예술을 미디어 매체를 향해 확장해 나갔다. 17 백남준은 미디어의 상호작용성과 불예측성을 활용하여 수많은 인물을 나타낸 TV로 이루어진 오브제를 제작했다. 살아있는 유기적 존재와 결합을 통한 기계장치의 인간성 획득을 표현했다. 18

즉 해당 작품에서는 인물 TV조각의 사회와 기술의 상호작용을 통한 문화의 실제를 제시하고 있다. 19 백남준은 후기 예술에서 맥락화된 인물 TV조각 작품을 다수 제작했다. 오브제의 동세와 비디오 영상으로만 조각한 형태의 작품이었다. 역사, 철학, 예술, 과학, 정치의 분야를 망라하고 동양과 서양,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며 문화적 주체인 인간으로서의 로봇을 구현했다. 20 그중 몇몇 조각에서 한글과 한자 텍스트 드로잉이 나타났다. 각 인물 TV조각 오브제에 해체적인 한글 및 한자 텍스트 드로잉이 더해진 것이다.

특정 인물과 한글 및 한자 텍스트가 본격적으로 결합해서 나타난 특정한 인물을 지칭하지 않은 「호랑이 담배먹는」(1993), 「서커스 황소 로봇(Robot Circus-Bull)」(2004), 「꼭두각시(A Puppet)」(1992)등과 같은 작품들은 포함하지 않았음을 뜻한다.
작품으로는 프랑스 혁명 200주년 기념 전자요정 연작 시리즈(1989)인 8명의 인물「마라」,「루소」,「구주」,「당통」,「디드로」,「다비드」,「로베스 피에르」,「볼테르」와「갈릴레오」(1991)「다윈」(1991),「뉴턴(Newton)」(1991),「김유신」(1992) 등을 찾아볼 수 있다. 상징기호의 캐릭터성을 잘 나타내고 있는 전자요정 연작 시리즈(1989)는 프랑스 혁명 200주년을 기념해 제작했던 로봇 조각들이며, 8명의 혁명과 관련된 인물을 재조명한 것이다. 21 프랑스 혁명의 정신을 기리며 동시에 역사적인 인물을 현대의 로봇으로 재탄생시켰다. 백남준은 작품 몸통에 인물을 상징하는 문구를 직접 썼다. 이러한 TV 인물조각들을 바탕으로, 판화의 매체를 통해 한자의 상징기호를 통한 캐릭터성이 재해석 22되기도 했다.

이처럼 사회적인 주제를 다루거나, 과거의 역사 속 실존 인물부터 문학작품 속의 인물까지 특정한 캐릭터성을 부여받는 TV조각의 각 개체들은 실상 과거의 역사 속에서부터 작가에 의한 부름을 받아 다시금 ‘지금, 여기’로 소환된다. 이것은 데리다적인 그람(gramme)과도, 문학적인 기술성과도 관계를 가지는 것이다. 23 인물 TV조각에 적혀진 텍스트는 그 자체로서 오브제 작품에 관한 기술성을 가짐과 동시에 형상적인 역할로서 이미지를 제공한다. 이처럼 작품에 나타난 한글 및 한자 텍스트 요소들과 오브제 간의 기술적 이미지들의 순환은 각각의 기호와 번역을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을 다른 대상에 비유하는 수사법의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즉, 한글과 한자 같은 텍스트 요소가 인물 TV조각의 이미지를 구성하는 데에 있어 중요한 요소로써 작용하게 된다. 24 이로써 새로운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그에 따른 소통방식을 드러냈다. 따라서 인물 TV조각들은 문화적 가치를 함축하고 있으며 다른 오브제 및 로봇들과는 구분되는 고유의 양식성을 갖게 되는 것이다.

예외적으로 일종의 인물 TV조각 시리즈지만, 직접적인 사람 형상을 띄지 않는「두 스승」이라는 작품이 있다. 이 작품에는 백남준에게 직접적인 큰 영향을 주었던 두 명의 스승이 표현되어 있다. 백남준에게 아놀드 쉔베르그(Arnold Schönberg, 1874-1951)에 관한 관심을 처음 일깨워주었던 피아니스트 신재덕 25 과 존 케이지(John Milton Cage Jr, 1912-1992)가 그들이다.

백남준은 쇤베르크의 발견이 자신에게 제1의 혁명이라면 존 케이지의 발견이 제2의 혁명이며, 자신의 인생에 영향을 준 네 명의 스승 가운데 ‘존 케이지의 분량이 95%’라고 말하기도 했다. 26 이러한 자신이 존경하는 두 스승에 대한 작품의 뒷면에는 “신재덕 선생이 양금을 탈 때 나는 침을 때때 흘리며 빽빽 꾹꾹…” 등의 익살스런 글귀를 써넣거나 존 케이지를 서술하는 부분에는 영어단어 ‘새장’이라는 의미의 케이지를 살려 “케이지가 새장에 갇혔다(Cage caged)”라는 짓궂은 글을 썼다. 이는 앞에 놓인 비디오 오브제와 함께 읽히고자 하는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즉, 오브제와 텍스트가 동시에 읽히는 것이 특징이다. 구술적이면서 시간성을 함축하고 있는 텍스트와 함께 대칭성을 이루는 것이 특징인 TV조각은 서로에게 상호교환적으로 투영되면서 무(無)와 허(虛)를 지향함을 알 수 있다. 이것은 각각의 소재를 통하여 표현하고자 했던 두 인물의 특징에 대해 재고하게 만든다. 즉, 작가는 자신의 은사 두 분에 대한 담론을 끊임없이 재생산되기를 유도함으로써 자신의 깊은 존경심을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2) 아이콘 도상과 내러티브

 

백남준은 캐릭터와 함께 해체적인 한글 및 한자 텍스트를 드러낼 뿐만 아니라 아이콘 도상과 결합하여 내러티브가 있는 텍스트를 사용하기도 했다. 해당 작품의 특징은 작가의 주체적인 생각이 드러난다는 점에 있으며, 시기를 구분하여 작품의 내용이 구분된다는 점이 인상 깊다. 1996년 뇌졸중으로 쓰러지기 이전에는 예술세계를 구현하는 도상과 텍스트가 이후에는 석가모니 도상과 염불적 텍스트나 삶의 고찰과 추억에 기반한 도상과 텍스트의 경향이 나타난다. 1989년 백남준은 자화상이라는 제목의 오브제 작품을 만들었다. 엔틱 TV세트의 프레임을 바탕으로 플라스틱 잡초와 꽃 오브제, 자신을 뜻하는 듯한 사람의 형상은 여느 작가와 크게 다르지 않을 자아 및 예술세계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1995년 「고속도로로 가는 열쇠」라는 작품에서는 자신의 예술세계의 흐름을 담아내기도 했다.

몸이 힘들어진 이후인 2002년 작품에서는 예술적인 구상뿐만 아니라 삶과 기억에 대한 통찰이 보다 직접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다. 당시에는 몸의 절반이 마비되고 백내장과 당뇨 등으로 신체적 조건이 힘든 상황이었지만 창작에 대한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이때에도 작가는 전위적인 사고와 끊임없이 탐구하는 창작자로서 자세를 잃지 않았다. 종종 그리곤 했던 천수관음을 단순한 선묘로 형상화하고 그 한자와 더불어 ‘부처님 나무아미타불’이라는 염불을 적기도 했다.

텔레비전의 화면 조정 기준 색상표처럼 보이는 배경에 천수관음을 그리기도 한 작품이 있다. 다른 작품들에서 그린 천수관음에서는 손을 삼지창처럼 묘사한 것과 달리 여기에서는 둥그런 손가락의 모양을 갖추고 있는 게 특징이다. 손바닥마다 한개의 눈이 있어서 천 개의 손과 천 개의 눈을 가진 관음으로 자비로움과 구제의 힘이 끝없음을 상징한다. 백남준은 중생을 지옥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천수관음을 자신이 즐겨 쓰는 텔레비전 화면조정 배경에 그리고, 그 옆에 한글을 처음 배울 때 쓰게 되는 ‘가나다라’를 부처의 이름처럼 썼다. 뇌졸중 발병 후 양손을 자유롭게 쓰지 못하고 말하는 것도 불편해진 백남준의 고통과 번뇌가 느껴진다. 27

한글의 텍스트가 인터텍스트의 역할로써 천수관음 이미지와 결합하여 시각적인 이미지를 불러일으킨다. 인식되는 텍스트가 기술적인 역할, 즉 인지적 반응을 촉발시킴으로써 현상학적 측면의 해석이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즉, 글과 그림이 동시적으로 지각될 때 글과 그림은 서로를 보게 된다. 치환과 대위 현상을 일으키며 관람객에게 인식을 유도하게 되는 것이다.

초가로 된 정자 위로 비가 내리는 것처럼 흰색 물감으로 두껍게 빗방울을 그렸다. 그 빗줄기 위로 초록색의 점들이 나란히 그려져 있는데 자세히 보면, 백남준이 구형 텔레비전 수상기의 안테나를 그릴 때 즐겨 표현하던 알파벳 ‘V’자와 닮아있다. 비가 내리는 뒤쪽으로는 책이, V자가 내리는 뒤쪽으로는 격자구조의 밭고랑 같은 게 그려져 있다. 그림의 아래쪽에는 날이 개면 밭을 경작하고 비가 오면 책을 읽는다는 뜻의 ‘청경우독(晴耕雨讀)’을 써놓았다. 부지런히 일하면서 틈나는 대로 공부한다는 이 사자성어는, 1960년대부터 공부의 중요함을 강조하곤 했던 백남준이 말년에도 스스로에게 다짐하며 지키고자 했던 태도임을 보여준다. 28 이처럼 작가는 한자 및 텍스트 사용에 있어 자신의 가치관을 담은 어구들을 종종 써 내려갔다. 이렇게 텍스트와 회화가 결합한 회화 작품에서는 일차원적 경험과는 다른 현상으로 지각보다는 상상을 일으킨다는 것에 특징이 있다. 이미지와 텍스트 요소의 결합은 실재(實在)는 아니지만, 관람자의 의사와 실재의 관계성을 갖는다. 읽어내는 사람으로 하여금 상상을 유발해야만 하는 무의 형식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위 작품들과 시리즈로 볼 수 있는 금강산 폭포를 적은 작품이 있다. 그림의 아래쪽에 ‘금강산 폭포(金剛山 瀑㳍)’라고 적었는데 마지막 ‘폭’자는 원래 글자인 ‘펼 포(布)’에 삼수변(氵)을 더한 오기로 보인다. 그 위에는 마치 동양화의 준법을 연상시키는 듯한 굵은 필치로 산의 봉우리들은 검은색으로 묘사하고 그 위에 푸른색으로 힘차게 흐르는 폭포의 물줄기를 아래로 향하게 그렸다. 금강산 만폭동을 그린 전통 한국화들을 떠올리게도 한다. 2004년 한국의 한 언론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에 가서 하고 싶은 일을 묻는 질문에 백남준은 세 살 때 가족과 함께 갔던 금강산에 가고 싶다고 답한 적이 있다. 29 이렇게 작가는 한자 및 한글 텍스트의 사용과 함께 어릴 적 추억을 나타내기도 했다.

 

3) 즉흥 · 해학의 요소

 

플럭서스적 유머가 녹아있는 즉흥·해학의 요소가 담긴 텍스트 드로잉 작품도 찾아볼 수 있다. 캔버스에 아크릴 물감으로 적은 ‘이 그림을 한 시간(時間) 보는 자(者)는 증권 시장(市場)에서 성공(成功)한다’라는 문구는 그림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이 작품에는 현대의 미술작품이 하나의 상품으로서 미술시장에서 소비되고 유통되는 현실에 대한 백남준의 비판이 담겨있으며 그 비판에 대한 실천은 관객의 몫으로 남겨두고 있다.

백남준의 회화나 드로잉에는 문자도 회화적 요소로 거의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데, 텔레비전의 화면조정 색상표처럼 그린 배경 위에 한자로 쓴 내용이 더해진 작품도 찾아볼 수 있다. 이 작품에는 오른쪽의 색상 막대부터 빼곡히 채워 나가며 다음과 같은 한자들을 썼다. 견줄 비(比), 클 태(泰), 쌓을 축(畜), 스승 사(師), 용납할 용(訟), 하늘 건(乾), 땅 곤(坤), 창성할 창(昌), 쓰일 수(需), 터럭 모(毛), 밟을 리(履), 집 가(家), 집 호(戶), 사람 인(人), 나라 국(國), 낄 개(介), 이룰 성(成), 일만 만(萬), 작을 소(小). 각 글자들의 뜻을 되뇌며 수련하듯 썼다고도 보이며, 마치 어떤 코드처럼 반복, 조합되는 글자들은 읽는 사람이 암호를 해독하는 방식으로 뜻풀이를 시도하게 만든다. 30

또한, 백남준은 인물 TV조각에서와 같이 텍스트 드로잉에서도 특정 인물들의 캐릭터성을 텍스트만을 사용하여 표현하기도 했다. 이은상(鷺山), 여운형(運亨), 박종화(月灘), 이태준(上虛), 이광수(春園), 정지용(芝溶), 김소월(素月) 등과 같은 문호들의 이름이나 호를 우측 상단과 좌측 하단에 적은 뒤, 각종 한자 텍스트들을 사이사이 덧붙였다. 중앙에는 한글 자음 14개와 그 사이에 옅은 파란색으로 서방정토(西方淨土)라고 썼으며, 그 아래로는 주황색으로 ‘가나다라마바사아자차’를 썼다. 나머지 부분은 천자문의 사자성어 31들이다. 32 이것은 오브제나 그림과 함께 표현되지 않았지만, 인식 가능한 텍스트가 기술적 역할을 집중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인물을 뜻하는 단어들의 파편적인 형상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면서 실재에 가까운 인식에 의한 상상을 유발하는 것이다. 서방정토라는 단어가 중앙에 드러나 있음을 고려해 볼 때, 뛰어난 문학가들이 국가에 미친 영향과 그 의의를 드러내려고 하였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렇게 백남준은 예술가의 역할로서 사회 전반에 관심을 지속하면서 각종 사회 전반의 소재들을 작품 속에 녹여내었음을 알 수 있다.

이외에도 작가는 여러 가지 색깔로 천자문 중 자연의 섭리를 나타낸 아홉 개의 구절 33 때문에 백남준은 해체적인 텍스트의 반복이나 중첩, 분열을 사용한 특유의 콜라주 기법을 통해 시각의 이중성을 표현한다. 그는 과거와 현재를 병치시키거나 현재를 영속화시키는 시간의 유희로 시제의 이중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34 파편화나 중복, 반복 등으로 요소들의 결합을 이루는 콜라주 방식을 사용하여 기표와 기의를 분리시키는 환유를 보여준다.

두 번째 특징으로는 과거 및 전통, 역사의 현재적 차용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자신이 직접 보고 듣고 경험했던 옛 추억의 단편들을 현대적으로 재생, 변형, 재활용하면서 현재적 의미를 부여한다. 35 선사상, 불상 등 아시아의 정신적 근원에서 영감을 받아 단군, 김유신 등 역사적 인물을 재현하거나 역사적인 업적을 남겼던 세계의 위인들 현재화·영속화 시킴으로써 환유의 기법을 보여주었다. 이처럼 전통적인 모티프를 사용하는 것은 여타 다른 작가들에게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는 모습이지만, 해당 작품들을 현재화시켰다는 점에서 차별점이 있다. 이것은 자칫하면 관습적인 형식으로 평가될 수 있으나 자전적 회고적 모티프를 활용하면서도 세계 속에서의 코스모폴리탄적 시각을 잃지 않는 백남준의 태도는 지극히 현실주의적이다. 과거지향적 향수가 아닌 현재를 재구축하기 위한 장치로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의 작품에 나타난 한글 및 한자의 텍스트 요소는 이 같은 기술적인 텍스트성과 더불어 인터텍스트적 인식을 동반한다는 세 번째 특징이 있다. 인터텍스트는 텍스트가 상호텍스트성을 갖게 하는 요인 36을 말하는 것으로, 꼭 문자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관람객에게 인식을 통한 시각적 이미지를 유발하는 작품감상의 프로세스에도 역시 접목할 수 있다. 글과 그림을 동시적으로 볼 때, 글은 그림을 보고 그림은 글을 확인한다. 이때 각 인터텍스트적 요소가 작동하여 치환과 대위가 일어난다. 또한, 이를 통해 우리에게는 동시적인 응시가 등장하게 된다. 경험은 경험인데, 직접적이고 현장적인 것이 아니라, 예시적인 경험으로 상상적인 행위를 요구한다. 그러나 이 상상은 현상학적 환원을 막을 수 있다. 그리고 여기에는 이 기술체계를 흔들어 봄으로써 어떻게 이벤트적이고 장면적인 사건이 등장할 수 있는가를 생각하게 한다. 즉, 이러한 인터텍스트적 요소를 지각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작품을 인식할 수 있게 된다.

문학적 이야기, 이미지와 오브제적 대상이 작품에 중첩되면서, 이것은 실재 행위는 아니지만, 거의 실재에 가까운 의사-실재를 달성하고, 지각행위와 상상 행위를 모두 요구한다. 이 지각은 실질적인 형태나 행위, 정렬 등이 없다. 그러나 이러한 요소들을 사용하여 관람객은 작품을 읽어내야 한다. 불분명한 형태의 이미지들은 이데올로지컬한 영역을 그림이라 정의하고, 시각화한다. 그러나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텍스트적 요소는 불투명하게 남아있다. 글자의 의미와 구술적 내용들, 그리고 이들이 함유하는 문화적 내포들을 모르면 말이다. 때문에 우리는 텍스트 밖으로 나아가야 하는 이유를 발견한다. 이와 같은 문화적인 내포와 외연들을 읽어내기 위해서 말이다. 이것은 텍스트가 초텍스트적으로 되어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4. 맺음말

 

본 연구는 백남준 작품에 나타난 한글 및 한자 텍스트의 경향과 특징에 대해 살펴보았다. 텍스트의 경향은 세 가지로 도출될 수 있었다. 첫째로는 캐릭터와 결합한 경우이며 두 번째 경향으로는 아이콘 도상과 내러티브는 예술세계를 구현하거나 불교적 세계관 혹은 삶의 고찰이나 추억을 나타내었던 점이다. 마지막으로는 즉흥·해학의 요소가 담긴 텍스트 드로잉 작품에서 백남준 특유의 유머를 찾아볼 수 있었다.

유년시절부터 경험한 국가의 상실감과 이중 정체성 등의 혼란을 겪었던 백남준은 이러한 작품들의 환유적 미학을 통해 이국문화와 민족문화를 포착해내기도 한다. 해체적인 텍스트의 반복이나 중첩, 분열을 사용한 특유의 콜라주 기법을 통해 시각의 이중성을 표현하기도 하는 것이다. 과거와 현재를 병치시키는 등의 시제 사용법은 시간의 이중성을 확보한다. 파편화나 반복 등을 사용하여 결합하는 방식을 통해 기표와 기의를 분리시키기도 한다. 또한 과거의 전통이나 역사를 현재적으로 차용하면서 세계 속 위인들이나 기억 속 인물들을 현재화·영속화 시키기도 했다.

이는 모두 선험적 기표와 기의 사이에서의 지각작용에 대한 것을 가시화하는 것이다. 때문에, 경험적 외부세계이면서 문화적 무의식과 연관되는 인터텍스트로써 텍스트가 초텍스트적으로 나아갈 수 있는 핵심 단서를 제공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것은 일종의 선텍스트(protext)로 읽히는 것이며 본문에서 살펴보았듯 매체별 TV조각, 회화작품, 텍스트 드로잉 등의 특성에 맞게 어우러진다. 이는 각 작품들과 내용적으로 결합되면서 새로운 텍스트(text)를 성립시킨다. 한글과 한자의 텍스트들은 시각적인 표상을 통해 관람객들의 공간적 지각을 유도하는 것이다. 이는 모두 기술화된 이미지의 사인들과 내포적인 의미들 사이에서 작용한다. 37 때문에 한글 및 한자와 같은 텍스트들은 텍스트 밖으로 나갈 수 있는 키워드와 같다.

이러한 요소의 흔적을 찾아내고 읽어내는 행위는 텍스트를 벗어난 다른 것을 이해하게 만드는 것과 같다. 따라서 백남준 작품 속에 나타난 한글 및 한자 텍스트 요소들의 기능은 단지 글로써 읽히기 위한 것이 아니라 단어적, 형상적인 흔적을 남김으로써 저변의 문화적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백남준은 한글 및 한자와 같은 텍스트 사용에 있어 민족주의적 태도에 국한되지 않고 해당 텍스트들을 해체적 기호로 상정하고 사용하였다. 이러한 그의 태도는 자신이 항상 말해왔던 것처럼 ‘애국심을 강조하는 동시에 민족주의를 경계해야 한다’는 모습을 몸소 실천했던 것으로 보여진다. 국가에 대한 애정을 직접 발설하기보다 본인의 성공을 통해 선전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던 백남준의 한글 및 한자 텍스트를 활용한 작품을 살펴보는 일은 국제사회 속에서 한 개인이 국가적 정체성을 어떻게 표출하고 있는가에 대한 하나의 좋은 예시가 되어 주고 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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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도남〈인터텍스트를 활용한 읽기 과정 고찰〉《국어교육학연구》52권4호. 국어교육학회. 2017

 김영나〈초국적 정체성 만들기, 백남준과 이우환〉《한국근현대미술사학》제 18호. 한국근현대미술사학회. 2007

 김용옥〈우백남집논조제무〉《석도화집》 통나무. 1992

 신방흔〈글쓰기적 그리기/추사와 백남준의 글씨그림〉《현대미술학 논문집》제 3호. 현대미술학회. 1999

 정헌이〈백남준의 선적 시간〉《미술사학보》 vol.28. 미술사학연구회. 2007

 장효진, 김영재〈문화로봇공학관점의 백남준 로봇 연구〉《인문콘텐츠》 제 44호. 인문콘텐츠학회. 2017

 진영선〈백남준, 한국을 빛낸 가장 국제적인 예술가〉《한국사 시민강좌》 제 50집. 일조각. 201 2

 홍성욱〈예술을 바꾸는 기술, 기술을 바꾸는 예술-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의 상상력과 기술철학〉《인문학논총》제 34집. 경성대학교 인문과학연구소. 2014

 Homi Bhabha, The Location of Culture, London and New York:Routledge, 1994

 Hooman Samani etc, Cultural robotics: the culture of robotics and robotics in culture, International Journal of Advanced Robotic Systems, Vol. 10. SAGE Journals, 2013

 Jean Paul Fargier, Last Analogy Before Digital Analysis, Toronto: Art Metropole, 1986

 백남준아트센터 njp.ggcf.kr

 DDP〈백남준쇼〉 2016. 07. 21-2016. 10. 30. 오디오 가이드 page.benple.com/57835f535ad1bcb4202e2146#!/player-e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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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A Study of Hangeul and Chinese Characters in Paik Nam-jun’s work
 

This paper is a study on Hangeul and Chinese Characters in Paik Nam-jun’s works. The paper also focuses on the background of Paik Nam-jun’s use of Hangeul and Chinese character text elements, the trend of such works.

The tendency of text could be derived in three ways. The work of a disjointed textual trend combined with characters was to find pieces of TV personality and subsequent prints. Icon drawings and narratives were characterized by embodying the art world or representing Buddhist world views or memories of life. In the text-drawing work, which contains elements of improvisation and interpretation, Paik’s unique humor was found.

Paik Nam-jun’s works featuring Korean and Chinese characters can be thought of in three main ways. The first is that it can be described as a metaphorical aesthetic. Having experienced a sense of loss of asylum and double identity from an early age, the writer uses a metaphorical allergy to capture exotic culture, ethnic culture and post-colonialism. The exchange is a form of Allegory rhetoric that exiles the prototype of reality and transforms it into something else or displaces it, but the allegory is made through fragmentation and disintegration of forms, reproductions, histories and subjects.

The second feature is that the present borrowing of the past, tradition and history appears. It modernizes, transforms and recycles short stories of old memories that he saw, heard, and experienced. Inspired by Asian spiritual sources such as prehistoric statues and Buddha statues, he demonstrated a technique of exchange by modernizing and perpetuating the world’s greats and figures who made historic achievements, such as Dangun and Kim Yu-shin, and those who left their names in the French Revolution. While the use of traditional motifs is common among other writers, there is a distinction in that they have been modernized. Paik Nam-jun’s attitude, which can be evaluated in a conventional form, is extremely realistic, but he uses autobiographical retrospective motifs and does not lose his Cosmopolitan outlook. Because, it is used as a device to rebuild the present, not as a past-oriented nostalgia.

In addition, the third feature is the text elements of Hangeul and Chinese characters in his work are accompanied by such technical textuality as well as intertextual recognition. For example, by saying something, it doesn’t just mean letters. It is also similar with process of appreciation of works that cause visual images through recognition to visitors. When you look at both the writing and the painting at the same time, the writing looks at the painting and the painting checks the writing. At this point, each of the intertext elements is actuated, resulting in substitution and In addition, this leads to simultaneous retort. Experience is experience, not direct and on-the-spot, but requires imaginative action with illustrative experience. But this imagination can prevent phenomenological reincarnation. And this makes us think about how events and scenes can emerge by shaking this technology. In other words, through the process of perceiving these intertextual elements, we recognize the work.

With literary narratives, images and object objects superimposed on a work, this is not a real act, but achieves near-realistic doctor-actuality, and requires both perceptual and imaginative behavior. This perception has no real form, no act, no alignment, etc. But through this, visitors have to read the work. These obscure forms of images define and visualize the area of ideological as a picture. But even today, the textual element remains opaque. If you don’t know the meaning of the letters, the oral content, and the cultural content they contain. So we find a reason to move out of the text. To read these cultural innards and extras. This also shows the potential for text to become supertextu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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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s:

  1. 경희대학교 일반대학원 미술학과 미술평론경영 전공 석사 2기
  2. 신방흔〈글쓰기적 그리기/추사와 백남준의 글씨그림〉《현대미술학 논문집》제3호. 현대미술학회. 1999
  3. 김영나〈초국적 정체성 만들기, 백남준과 이우환〉《한국근현대미술사학》제18호. 한국근현대미술사학회. 2007
  4. 이영철, 김남준《백남준의 귀환》p.267. 백남준아트센터 총체 미디어 연구소. 2008
  5. 김홍희《굿모닝 미스터 백: 해프닝, 플럭서스, 비디오 아트, 백남준》p.125. 디자인하우스. 2007
  6. 정헌이〈백남준의 선적 시간〉《미술사학보》 vol.28. p.186. 미술사학연구회. 2007
  7. 김용옥〈우백남집논조제무〉《석도화집》pp.197-261. p.224. 통나무. 1992
  8. 이영철, 김남준《백남준의 귀환》p.35. 백남준아트센터 총체 미디어 연구소. 2008
  9. Homi Bhabha, The Location of Culture, London and New York:Routledg, pp.86-90, 1994
  10. 이영철, 김남준《백남준의 귀환》p.360. 백남준아트센터 총체 미디어 연구소. 2008
  11. 정헌이〈백남준의 선적 시간〉《미술사학보》vol.28. p.186. 미술사학연구회. 2007
  12. 이영철, 김남준《백남준의 귀환》p.363. 백남준아트센터 총체 미디어 연구소. 2008
  13. 이영철, 김남준《백남준의 귀환》p.267. 백남준아트센터 총체 미디어 연구소. 2008
  14. 김홍희《굿모닝 미스터 백: 해프닝, 플럭서스, 비디오 아트, 백남준》p.124. 디자인하우스. 2007
  15. 김용옥《석도화론》p.224. 통나무. 1999
  16. Hooman Samani etc, Cultural robotics: the culture of robotics and robotics in culture, International Journal of Advanced Robotic Systems, Vol. 10, p.3, SAGE Journals, 2013
  17. 홍성욱〈예술을 바꾸는 기술, 기술을 바꾸는 예술-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의 상상력과 기술철학〉《인문학논총》제 34집. p.45. 경성대학교 인문과학연구소. 2014
  18. <비디오 코뮌>(1970), <뉴욕의 매>(1972), <로발 그루>(1973), <과달 진혼곡>(1977) 등
  19. 장효진, 김영재〈문화로봇공학관점의 백남준 로봇 연구〉《인문콘텐츠》제 44호. p.243. 인문콘텐츠학회. 2017
  20. 장효진, 김영재〈문화로봇공학관점의 백남준 로봇 연구〉《인문콘텐츠》제 44호. p.243. 인문콘텐츠학회. 2017
  21. DDP〈백남준쇼〉 2016. 07. 21-2016. 10. 30. 오디오 가이드 참고 page.benple.com/5785a4bf5ad1bcb4202e2158#!/player-ex
  22. TV 인물조각에 적힌 한자 텍스트와 판화에 적힌 텍스트는 달랐다. 예를 들어「당통(Danton)」(1989)의 경우, 조각에서는 본래 자유, 혁명, 이성, 박애와 같은 한자 텍스트가 적혀있었으나 판화에서는 웅변이라는 텍스트가 적혀졌다.
  23. 신방흔〈글쓰기적 그리기/추사와 백남준의 글씨그림〉《현대미술학 논문집》 제 3호. p.83. 현대미술학회. 1999
  24. 신방흔〈글쓰기적 그리기/추사와 백남준의 글씨그림〉《현대미술학 논문집》제 3호. p.86. 현대미술학회. 1999
  25. 신재덕은 백남준에게 쉔베르그에 대한 관심을 일깨워주었고, 이후 김순남과 함께 한국 근대 작곡계의 양대 산맥을 형성한 이건우에게서 작곡을 배웠다. 이때의 인상깊었던 이건우의 가르침이 쇤베르크의 전문가가 되겠다는 백남준의 결심을 낳았으며, 실제로 그는 도쿄대학교 미술사학과 졸업논문으로〈아르놀트 쇤베르크 연구〉를 제출하였다.
  26. 김용옥〈우백남집논조제무〉《석도화집》p.249. 통나무. 1992
  27. 백남준아트센터 njp.ggcf.kr/archives/artwork/n061-untitle?tid%5B0%5D=29&term=37 참조
  28. 백남준아트센터 njp.ggcf.kr/archives/artwork/n058-untitle?tid%5B0%5D=29&term=37 참고
  29. 백남준아트센터 njp.ggcf.kr/archives/artwork/n060-untitle?tid%5B0%5D=29&term=37 참고
  30. 백남준아트센터 njp.ggcf.kr/archives/artwork/n062-untitle?tid%5B0%5D=29&term=37 참고
  31. 여모정렬(女慕貞烈) 남효재량(男效才良): 여자는 곧은 마음과 굳센 의지를 본받고 남자는 재능과 선량함을 본받아야 한다. 공곡전성(空谷傳聲) 허당습청(虛堂習聽): 빈 골짜기에서도 소리는 전해지듯 비어있는 집의 소리도 메아리처럼 세상에 전해진다. 추위양국(推位讓國): 왕의 자리를 넘겨주고 나라를 양보하다. 조민벌죄(弔民伐罪) 주발은탕(周發殷湯): 도탄에 빠진 백성들의 괴로움을 위로하고 백성을 괴롭히는 폭군의 죄를 밝혀 토벌한 것은 주나라를 세운 무왕 발과 은나라를 세운 탕왕이다.
  32. 백남준아트센터 njp.ggcf.kr/archives/artwork/n033-untitle?tid%5B0%5D=32&term=37&pn=2 참고
  33. 율여조양(律呂調陽): 여섯 가지 밝은 소리(율)와 여섯 가지 어두운 소리(려)로 음양을 고르게 한다. 일월영측(日月盁昃) 진수열장(辰宿列張): 해와 달은 차면 기우는 법이고, 별들은 열을 지어 하늘에 펼쳐져 있다. 한래서왕(寒來暑往) 추수동장(秋收冬藏): 추위가 오면 더위는 가고, 가을에는 곡식을 거두고 겨울이 오면 그것을 저장한다. 운등치우(雲騰致雨) 노결위상(露結爲霜): 구름이 올라 비가 되고, 이슬이 엉키어 서리가 된다. 시제문자(始制文字) 내복의상(乃服衣裳): 비로소 문자가 만들어지고 처음으로 사람들이 옷을 갖춰 입었다[/re]을 적거나 예술적 발상이 떠오를 때마다 읽던 책의 여백이나 레스토랑의 냅킨 위처럼 그 순간 이용 가능한 수첩이나 공책에 서슴없이 기록해나갔다. 이 드로잉북은 그의 기술적 협력자였던 슈야 아베가 기증한 것으로, 백남준은 특유의 안테나 달린 TV 수상기의 단순화된 형태를 스케치북 한 장에 크게 그리고 그 안에 언덕 아(阿), 떼 부(部), 닦을 수(修), 잇기 야(也)와 같은 한자들을 한 글자씩 적어 나갔다. 빛 색(色)을 여러 페이지에 걸쳐 반복한 게 눈에 띈다.

     

    3.백남준 작품에 나타난 한글 및 한자 텍스트의 특징

     

    백남준의 한글 및 한자 텍스트가 나타난 작품들의 특징은 크게 세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로는 환유적 미학으로 작품을 설명할 수 있다는 점이다. 어린 나이에서부터 경험한 망명의 상실감과 이중 정체성 등의 혼란을 겪었던 작가는 환유적 알레고리를 사용하여 이국문화와 민족문화, 포스트 식민주의를 포착해낸다. 환유는 현실의 원형을 추방하고 그것을 다른 것으로 변형하거나 대치시키는 알레고리 수사학의 한 형태이지만 알레고리는 양식, 재현, 역사, 주체의 파편화와 붕괴를 통해 이루어지게 된다. 38 Homi Bhabha, The Location of Culture, London and New York:Routledge, pp.86-90, 1994

  34. Jean Paul Fargier, Last Analogy Before Digital Analysis, Toronto: Art Metropol, p.67, 1986
  35. 김홍희《굿모닝 미스터 백: 해프닝, 플럭서스, 비디오 아트, 백남준》p.132. 디자인하우스. 2007
  36. 텍스트의 상호텍스트성에 대한 논의는 김도남《상호텍스트성과 텍스트 이해 교육》박이정. 2014의 논의를 참조할 수 있다
  37. 신방흔〈글쓰기적 그리기/추사와 백남준의 글씨그림〉《현대미술학 논문집》제3호. p.100. 현대미술학회. 1999